배가 고프다고 무작정 음식을 먹고, 배가 별로 고프지 않다고 하루에 한 끼니도 먹지 않고,
잠이 올 때마다 자고, 자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해가 뜰 때까지 잠에 들지 않는다.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친구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아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고통이 너무도 두려워서 아무것도 도전하려 하지 않는다.
허기, 피곤, 외로움, 고통, 이들은 모두 감정이다.
우리가 말하는 희로애락은 우리의 감정을 모두 말하고 있지 않다.
어떤 행위로 이어지는, 혹은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은 모두 감정의 범주에 들어 있다.
그렇다면 사랑은 어떨까?
사랑을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말하는 건전한 사랑이란, 남녀가 혼인을 마친 뒤 자녀를 낳고 키우며, 평생 동안 자기 가족만을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말한다. 그러나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이 인간에 내재된 모습 그대로를 말한다면, 일단 남성만 보더라도 그들의 유전자에는 최대한 많은 여성에게 유전자를 퍼뜨리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이 사회의 사랑이라는 것과는 괴리감이 있다.
'자연스러움' 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본능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그것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범죄 행위 또한 정당화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 답은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언제나 정답이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부자연스러운 것이 언제나 오답은 아니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 그것을 곧이곧대로 느끼고 상대에게 모든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것을 훌륭한 사랑의 형태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사랑을 다루게 된다면, 당신의 사랑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 것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 마치 신화 속 운명이라도 되는 것 마냥, 내 안에서 언제까지고 뿜어져 나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사랑을 치부해 버린다면, 당신에게 다가올 미래는 더욱더 차가워질 것이다. 오히려 불타는 사랑이 식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비정상이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남녀 간의 불타는 사랑은 평균 6개월 ~ 2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 연구의 핵심은 사랑은 언제까지나 불타는 상태로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지 친구사이 수준으로 감정이 사그라드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사랑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던 사람의 마음이 식어버리면,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내가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인가? 라고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곧 둘 사이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것은 감정을 올바르게 대하는 방법이 아니다. 위에서 말한 다른 여타 감정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이 복받쳐 오를 때, 그것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것과 감정에 지배당하는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것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감정들을 절제하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것이 오랫동안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