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잘해주는 사람들이 제일 위험해. 내가 한 말의 뜻을 아직 잘 모르겠지만 10살만 더 먹으면 너도 알게 될 거야. 세상이 다 그렇다."
얼마 전부터 알바를 시작한 가게의 부장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부장님은 우리 아버지와 연령대가 비슷하시다. 나는 어른들의 말씀을 새겨듣는 편이다.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옛날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이렇게 좋은 말씀을 해 주시는 분들은 좋은 사람같다. 그래서 가게 사장님이나 부장님을 보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되어 운이 참 좋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들으니 사실 부장님도 위험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집에 와서 이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사람의 모습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그렇지 않은 속내가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모습은 타인의 평가에 따라 다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선함과 악함이다. 잘해주는 사람과 못해주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과 이타적인 사람 등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만약 모든 경우가 존재한다면 그 수는 2*2=4가지다.
이 중 부장님의 말씀이 적용되는 경우는 2가지다. 하나는 겉으로 잘해주면서 속으로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겉으로는 잘해주지만 검은 속내를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만일 부장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겉으로 잘해주는 사람은 모두 검은 속내를 가지고 있다. 겉과 속 모두 남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은 없을까? 여기서 두뇌가 반짝였다.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가족을 제외한다면 진정으로 이타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든 세상이다. 선행을 자주 베푸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여유를 활용해서 베푸는 것이지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베푸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종류는 4가지가 아니라 2가지일지 모른다. 속까지 이타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겉으로 잘해주면서 속은 이기적이던가, 겉으로도 이기심을 드러내면서 속내도 같은 사람. 이렇게 두 부류의 사람들만 존재한다. 이게 부장님 말씀의 참뜻 같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다른 관점에서도 볼 수 있는데, 바로 기대와 실망의 간극이다. 겉으로 이미 이기심을 뽐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내기 위한 대비도 할 것이다. 따라서 방어 태세를 미리 갖출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기심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 좋아 보이는 사람이라면, 내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가까이 다가왔던 사람이라면 방어 태세를 해제하게 되기 쉽다. 진정으로 이타적인 사람은 없으므로 언젠가 그들의 이기심을 목격했을 때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차이가 겉으로 잘해주는 사람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
감사합니다, 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