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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드레아 Jun 14. 2022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은 한 가지도 잘할 수 없다

우리는 뭘 해도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일이면 일, 공부면 공부, 성격도 좋고 인간관계도 좋은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되는 꿈을 꾸곤 한다. 만능인의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잘하는 능력은 더할 나위 없이 멋져 보이지만 그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일단 현대 사회는 만능인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 2022년의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되었고, 만능인 20명보다 각 분야의 전문가 20명이 협업하는 것이 훨씬 큰 성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아이큐 120인 사람이 20명 모인다고 해서 2400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 핵심은 만능인이 무엇이든 전문가 수준으로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만, 개별적으로 그렇게 뛰어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은 평범한 우리가 한 가지 능력을 오랜 시간 발굴해 얻어낸 것만큼의 수준에 도달하기 더욱 어렵다. 


이유는 만능인은 하나의 분야에 모든 노력을 퍼붓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 있다. 한 우물을 계속 파다 보면 재능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공간 앞에서 벽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극소수의 천재들은 예외로 하겠다. 재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뛰어나다면 그런 문제는 거의 없다.) 만능인은 벽 앞에서 멈추는 법을 모른다.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이 많기 때문이다.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벽을 만나면 곧장 평탄해 보이는 다른 길로 옮겨가 버린다. 그러나 언제나 평탄하기만 한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엔 잘 보이지 않지만 모든 길은 각자의 크고 작은 벽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진짜 실력은 그 벽 뒤에 존재한다. 만능인은 누구보다 잘 걷는다. 잘 뛰기도 한다. 그러나 벽을 넘는 법은 잘 모른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중독되어버려 이젠 멈춰있는 것이 두렵다. 수많은 길을 걸어왔고, 누구보다 많이 걸어왔지만 한 길만 파던 사람들보다 더 멀리 나아갈 수가 없다. 그들은 언제나 빨리 걸으므로 남들보다 앞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그 성취감에 발목이 잡힌다. 성취감을 좇는 것은 중요하지만 집착하는 것은 위험하다. 성취에 집착하다 보면 목표와 멀어지는 것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두려워하게 된다. 그래서 더욱 장애물이 없어 보이는 길을 택하게 되고, 그것들로 우월감을 느끼려 한다. 남들처럼 멈춰있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순간 우월감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안전한 목표를 설정하게 되는데, 위험도가 낮아지는 만큼 돌아오는 것도 줄어든다. 인간이 설정한 목표보다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목표를 높게 잡으라고들 말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갈 길이 얼마 없는 사람들은 벽을 마주해도 대안이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벽을 넘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강력한 힘이 된다. 벽 앞에서 멈춰 서는 법을 배운 사람은 아주 멀리 갈 수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누구보다 멀리 갈 수 있다. 숟가락으로 벽돌을 긁어내야 한다면 긁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 20년이 걸려도 문제없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게다가 큰 벽을 여러 번 넘다 보면 다른 길의 작은 벽들은 손쉽게 넘을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실패의 속성을 아는 것은 매우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패를 아는 자가 성취감을 좇는다면 완벽하다. 발전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주식시장을 보면서도 알 수 있다. 꾸준히 오르는 주식을 보아도 언제나 오르기만 하지는 않는다. 단기적으로 내려갈 때도 있다. 고점이 있으면 저점도 있는 법이다. 내려가는 것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당연히 장기 상향곡선을 따라갈 수 없다. 조금만 떨어져도 무서워서 팔아버릴 테니 말이다. 


성공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이 적절했다는 것뿐이다. 성공만으로는 아무것도 스스로 깨우칠 수 없다. 1+1이라는 간단한 문제가 있을 때 누군가는 답이 2인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왜 3이 아닌지 의심한다. 당당하게 3을 외치고 지적받으면 잘못된 부분을 수정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1+1이 '왜' 2가 되는지 알 수 있다. 덧셈의 원리를 깨우친 사람만이 곱셈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더하기를 단지 외우기만 했다면, 남들이 정답이 2라고 말하기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해왔던 사람은 곱셈까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미적분으로는 절대 넘어갈 수 없다. 


만일 내가 무얼 해도 다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내려놓는 것도 좋아 보인다. 성공이 정말 나를 성장시켜줄 수 있는가 생각해보자. 반대로 무얼 해도 실패만 해서 너무 힘들다면, 오히려 실패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밑져야 본전이다. 언제나 실패만 해왔다면 100번째 실패가 101번째 실패가 될 뿐이다. 방법은 부정적인 감정조차 밑거름으로 삼는 것이다. 비탄하고 갈망하는 마음이 나를 성공으로 이끌어 준다고 생각하고 실패를 공부해보자. 결국 모두 성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걱정은 나아가는 것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실행으로 옮겨보자.


성공하는 것은 정말 즐겁다. 실패하는 것은 매우 괴롭다. 그러나 인생 대부분은 실패로 이루어져 있다. 성공을 따라가되, 실패를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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