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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안드레아 Nov 15. 2022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를 선택하는 이유


나는 종종 서점에 가곤 한다. 출발하기 전부터 어떤 책을 사겠다고 결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장 처음 찾아보는 곳은 바로 베스트셀러 진열대다. 딱히 반대 심리가 없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 의해 선택된 책이라면 어느 정도 보증수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중에서 아무 책이나 고르지는 않는다.


기준은 바로 스테디셀러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의 분위기는 비슷하면서도 아주 다르다. 베스트셀러는 그 당시 사회의 분위기나 글로벌 유행 등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읽어보면 재밌는 경우가 아주 많다. 다만 그 부작용일지는 몰라도, 독자의 감정이나 시대 상황 등을 날카롭게 건드리기는 하나 인간 본성에까지 깊게 접근하는 경우는 대개 없다. 그러한 책이 바로 스테디셀러가 된다.


베스트 셀러 vs 스테디 셀러


스테디셀러는 특징이 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본 듯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는 것. 내가 최근에 구매한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는 1997년에 처음 출간된 책으로 당시에는 빠르게 유명세를 얻지 못했지만 점차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인기를 얻게 되어 현재까지 스테디셀러로 남아있다. 당장 생각나는 다른 책들을 읊어보자면,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등이 있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스테디셀러들이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최소 20년은 넘게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책 들이라는 점. 이게 내가 스테디셀러를 구별하는 기준이다. 하필 20년인 이유는 그 기간이 한 세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사랑을 받아왔다는 것은 최소 서로 다른 두 세대의 사랑을 받아 왔다는 뜻이다. 시간이 지나면 세계정세가 바뀌고, 사회 분위기도 바뀌고, 사람들이 바라보는 미래나 가치관 또한 유행적으로 달라진다. 한 시대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는데, 이런 스테디셀러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가치관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사랑받는다. 현재를 분석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그러나 다음 세대가 어떤 모습이 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오래 사랑받는 이들은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인 측면까지 잘 도달한 것이다.


본질이 내게 주는 것


그렇다면 왜 본질을 봐야 하는가? 바로 책이 단지 책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썼던 글에서 말을 빌리자면, 훌륭한 책을 읽는 것은 훌륭한 사람을 만나 대화는 것과 같다. 훌륭한 사람과 단지 대화한다고 해서 바로 성장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인과관계가 다르다. 그들에게서 받은 조언이 날 키워준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조합해 나만의 교훈을 만들었기 때문에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의 조언이더라도, 타인의 조언은 타인의 것이다. 곧이곧대로 나에게 적용한다면 화를 일으킬 수 있다. 


사람은 본인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남에게 조언해 주기 마련이다. 그런 말도 있다. "어떤 행동을 할지 말지에 대해 조언을 얻고 싶다면, 그 행동을 실제로 행했던 사람을 찾아가라." 실제로 해 보지 않았던 사람들의 조언은 도움이 될 확률이 적다. 사기업을 다니는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공무원이 되라고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공무원이 정말 좋은 선택지인지 궁금하다면, 공무원이 아닌 당신의 부모님 대신 실제로 오랜 시간 공무원으로 근무한 사람을 찾아가 부탁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퇴사를 원한다면, 직장을 잘 다니고 있는 훌륭한 어른들 대신 실제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새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편이 좋다.


같은 원리로 책을 본다면, 베스트셀러는 해당 시대의 문제만을 보고 있을 확률이 높으므로 어떤 특정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테디셀러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기보다 본질에 다가가 어떤 자세로 삶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를 알려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자세들을 내 것으로 만든다면, 어떤 문제를 만나더라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해답까지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주는 대신 농사를 짓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과 같다. 


나는 농사를 짓고 싶기 때문에 스테디셀러를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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