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잘 안 써질 때
원활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관계가 없어도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행복해지려 고민하지 말아라.
글을 쓰고 싶다면, 글을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어라.
어렵다.
어쩌면 인간관계, 행복, 글쓰기는 인간에게 내재된 본능일지 모르겠다. 마치 어미에게 떠밀려 둥지에서 낙하하는 새가 눈을 질끈 감으면 어느새 날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을 살아가면서 눈을 감는 것은 행복하게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본능에만 의존해서 살아가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만일 이런 자연스러운 행동들이 직업이 된다면 더 이상 눈을 감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눈을 떠야 한다. 넓고 유용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언제나 행복해지고 싶다면, 글을 많이 그리고 잘 쓰고 싶다면 앞을 봐야 한다. 그러나 전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마치 십 년 전 333 큐브를 잘 맞추던 사람이 오랜만에 다시 시도할 때 몸이 기억해 능숙하게 큐브를 맞출 수 있지만, 5초에 한 번씩만 천천히 큐브를 움직이면 중간에 막혀서 실패해버리는 상황과 같다. 본능에 가까운 행동일수록 그것을 자연스러움 밖으로 꺼내 발전시키려면 본능대로 행동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행하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롭게 배워야 한다.
평생을 평범한 인간관계로 살아왔다면, 그동안 지인들을 대했던 것처럼 새로운 사람들을 대해서는 넘치는 관계를 모두 수용할 수가 없다. 돈과 시간과 체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평생 감정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 살아왔던 사람이라면, 행복할 때 웃고 슬플 때 울어왔던 사람이라면, 슬프지만 웃어야 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 머릿속에 가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만 글을 작성해왔던 사람이라면, 주기적으로 양질의 글을 작성할 수 없다. 아이디어는 무한대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유는 모두 같다. 자연스러운 행동을 자연스럽지 않게 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자연스러울 때와 자연스럽지 않을 때는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말이다. 새로운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처음부터 한 단계 한 단계 분석하고 익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