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과 영국에서 살아보기_2편

2. 사회적 거리두기

by 신이나

지극히 주관적이면서도 개인적인 "미쿡과 영국 살기 비교 에세이"


요즘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우리나라도 모두들 동참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그래서 코로나를 이겨냈겠지? 자랑스럽다 ㅎ)


그런데 '마음'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어떤가?

미쿡과 영국에 살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은 이 '마음의 사회적 거리 두기'너무 잘 지켜진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사회'는 말 그대로 직장이나 학교 등을 말하며, 엄청 친한 사이가 아닌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만난 인간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별 것도 아닌데, 그게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가령 를 들면,

"몇 살이세요?", "결혼은 하셨어요?", " 남자 친구는 있어요?", "느그 아부지 머하시노?"

이런 개인적인 질문들..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또 외모나 사생활에 대한 것,

"오늘 얼굴이 좋네~ 지난밤에 뭐 했어?", "옷 좀 사 입어", "살 좀 쪘나봐~"


또 성차별적인 발언,

"모름지기 집에는 남자가 있어야 돼", "역시 여자가 따라 주는 술이 맛있어" "여자 30 넘으면..."


이런 말,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정말 선을 넘지 않는 녀석들이다.

이런 대화가 없어도 서로 할 말이 있을까? 싶지만,,, 많더라. 날씨 얘기, 음식 얘기, 취미나 자기 관심 분야의 얘기, 좋은 정보에 대한 얘기... 끝도 없더라...


그러다 보니 사람 태도가 달라진다.

일단 사람에 대해 경계하지 않게 된다. 오늘은 이 인간이 뭔 멍멍이 소리를 지껄일까? 혹은 뭐라고 받아치지? 이런 스트레스가 없고, 오롯이 해야만 하는 일과 대화에만 집중하게 된다.


또한 더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생각하게 된다. 외모나 사적인 것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실례이다 보니, 한국인인 나로서는 처음에 딱히 칭찬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보니, 같이 하는 일(이나 취미나..)에 대해 서로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 큰 힘이 되었다.(물론 냉정한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이 또한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마음의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미쿡인과 영국인이 약간 차이가 있다.


[미국]


미국인들은 오지라퍼다.

만날 때마다 How are you? 하고 나의 안부를 물어봐 준다. 그리고 자연스레 지난 주말에 뭐 했는지 자신의 얘기를 묻지도 않았는데 한다. 그리고는 And you? 나의 주말에 대해 물어본다. ㅋ 첨엔 말을 넘 시켜서 많이 당황했지만,,, (당황하셨어요?) 이런 대화로 미쿡인들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도움도 주고, 조언도 해주려고 한다는 걸 알았다.

절대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그리고 모르는 일을 물어보면,, 눈이 휘둥그레 지는 엄청난 답변이 온다. 이메일로 물어봤다면 관련 링크를 엄청 넣어서 보내준다.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는 바람직한 자세ㅋ


그런데 이런 엄청난 호의를 베풀다가도 정말 중요한 때에는 냉랭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어쩜 미쿡인들이 가식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한편으론 그 이상의 선을 넘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영국]


영국인들은 츤데레다.

How are you? 안 할 때도 많고, 인사처럼 정말 형식적일 때가 많다.(Fine, thank you and you? 하지 마세요~) 주말에 뭐 했는지 잘 안 물어본다. 안물 안궁이다. 일 얘기 말고는 일절 얘기를 안 한다. (넘나 정 없는 것 ㅜ) 힘든 일이 있어도 물어볼 엄두도 안 난다. 용기 내어 이메일을 보냈다가 익씹되는 경우도 엄청 있었다.(영국 사람 젠틀맨이라더니...개뿔 정말 매너 없는 것 ㅜ )

밥도 같이 안 먹는다.

(미국은 회식은 없지만 가끔 행사나 환영, 환송회 등을 빌미로 밥을 먹는다.)

'마음의 사회적 거리두기' 쩐다. 거리를 좁힐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러다 한 1년쯤(?) 세월이 흐르고.. 강산도 바뀔라 말라하면... 저 인간이 해로운 녀석은 아니구나.. 싶은지 그때부터 잘해준다. 차도 타다 주고, 뭐든지 물어보라고 하고 아는 데로 성실하게 알려준다. 도움도 많이 준다.


영국 사람들은 참 친해지기 힘들더라. 그렇지만 친해지면 내가 기다린 만큼 깊은 정을 나눠 준다.(그 전에 영국을 떠날 수 도 있다는 게 함정 ㅎ)




미국에서 한국에 돌아왔을때, 애기 엄마들끼리 하는 대화에 문득 놀랐다.

"몇 살이에요? 그럼 우리 웅이가 형아네. 형이라고 해보세요~" "형아~"


아..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저렇게 나이로 위 아래를 구분했구나..

엄마들은 그냥 친해지자고 하는 소리일 텐데,,

나이며, 성별이고, 외모고... 어쩜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무심코' 했고, 들었던 말들이...

이미 선을 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미국과 영국은 코로나 사망자 1, 2위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락다운(Lock down)을 했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미 실패한 듯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코로나를 극복한 나라로 세계가 부러워한다.


이참에 '마음의' 사회적 거리두기 미쿡과 영국보다 잘하면 어떨까?


기생충도 아카데미상을 받은 우리야!

제발 선을 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