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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카피 Jul 30. 2024

생존카피07 플랫폼에 몸을 맡겨, 글라운더의 길

패션 에세이 부터 UX라이팅 까지 글이 있는 곳이라면 자급자족 카피라이터

우리도 패션 에세이 같이 감도높은 컨텐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가를 섭외해 볼까요?
그러지 말고 그냥 민정님이 써보는 건 어때요?


카피라이터는 작가가 아닙니다. 에디터와도 차이가 있죠. 그렇지만 플랫폼 내에 단일 카피라이터로 입사를 했다면? 브랜드의 장기적인 관점으로 고객 채널에 맞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제안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그게 공간 설계가 되었든 영상이 되었든 에세이가 되었든 말이죠.


저는 플랫폼에서 카피라이터로 일을 하면서부터는 포지션에 대해 제한을 두는 생각은 지웠습니다. (참고_생존카피 1화) 동료가 저를 작가로 보든, 에디터로 보든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이제 글만 있으면 소환이 되는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상품 셀렉부터 에세이 테마와 디자인 컨셉 까지 직접 진행했던 패션 에세이 '더우먼세이'


다재다능해서 믿고 어떤 일이든 해내는 사람을 '올라운더'라고 하죠. 어떻게 보면 카피라이터는 플랫폼 내에서 글라운더로 명명됩니다. 카피라이터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명확하게 알지는 못하나 그냥 글이랑 관련 한 일이면 알아서 해주겠지 라는 상황이 많았어요. 재미있게도 우리의 일 중에 글이 포함되지 않지 않은 일은 없죠. 자연스레 BX와 UX의 경계, 온오프라인과 채널의 경계 없이 다양한 접점에서 브랜드 활동을 기획,  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카피라이터가 글에 특화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글이라는 바운더리를 거뜬히 넘어서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도 새로운 포맷의 컨텐츠를 제작할 때 부담이 정말 컸습니다. 특히나 언제나 제한된 지면 안에서 메시지를 줄이고, 덜어내는 작업에 익숙했었는데 에세이라는 긴 글을 처음 작업하게 되었을 땐 부담이 되었어요. 지금부턴 새로운 포맷의 컨텐츠를 제작하게 되었을 때 부담을 견디고 어떻게 실패 없이 작업했었는지 소개해 볼게요.  



브랜디드 컨텐츠 제작기

1. 한가지 컨셉 잡기

컨텐츠를 제작하게 된 목적이 있을거에요. 브랜드가 좀 더 감성적인 이미지로 고객과 소통하고 싶다던지, 혹은 고객의 일상과 연계된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던지. 컨텐츠 컨셉은 브랜드 방향성에서 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패션 에세이는 브랜드가 좀 더 고객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설계한 브랜디드 컨텐츠 중에 하나였어요.


또한 에세이 처럼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월에 1회와 같이 연재의 형태라면 기존의 컨셉을 유지해서 작업하는 것이 쓰는 저에게도, 읽는 고객에게도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때 목차나 간단한 테마를 미리 써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2. 레퍼런스는 좁고 넓게

저는 크리에이티브 기획 전에 최대한 많은 레퍼런스를 확인하는 편인데요. 브랜드 채널에서 어떤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주로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은 왜 인기가 있고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한지를 분석해 보기도 해요. 서치 할 때는 하나의 좁은 컨셉 깔때기 안에서 컨텐츠 외에도 영화, 드라마, 책 표지 등 최대한 넓은 소재들을 찾아보았어요.

패션 에세이에서 참고했던 레퍼런스는 저의 인생 바이블 '섹스앤더시티' 였는데요. 패션이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그 안에서 일과 사랑, 우정에 대해 녹여낸 점이 2030 여성을 타깃으로 연재 한 패션 에세이의 지향점과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3. 잘 팔 수 있는 글쓰기

저는 항상 이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브랜디드 컨텐츠는 컨텐츠만을 위한 컨텐츠, 글만을 위한 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기획하는 컨텐츠들은 플랫폼 내에서 브랜드와 상품을 소개하고, 최종적으로 구매를 일으켜야 하는 목표가 있어요. 따라서 저는 에세이 작업을 할 때도 '잘 팔리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우리 플랫폼 내에서 인기 있는 아이템은 무엇이고, 베스트 브랜드는 무엇이지 먼저 확인했습니다. 에세이 발행 시점의 시즈널 이슈가 있는지도 봤어요. 살랑살랑 봄을 앞둔 시점이었고 페미닌한 원피스와 블라우스 구매율이 점차 올라가고 있었죠. 그렇게 에세이의 주제는 '소개팅'으로 정해졌습니다.

소개팅을 주제로 발행된 '더우먼세이'


마무리하며

누구에게나 새로운 시도는 어려워요. 또한 회사 내에서 사례가 없는 일을 스스로 하게 되었을 때의 부담은 더 크죠. 플랫폼에서 처음이자 유일한 카피라이터로 일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빈번했고 점차 당황하지 않고 업무에 몰입하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이전의 사례가 없다는 것은 내가 제작하는 컨텐츠가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며, 고객들이 오래 기억해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컨텐츠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입사하시는 분들 중에 종종 패션 에세이를 언급하시며 기억에 남는 컨텐츠라고 말해주실 때 거절하지 않고 직접 작업해보길 잘 했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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