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짝은 누구일까

매 달 첫 날은 짝 바꾸는 날, 새로운 모둠 친구들과 만나는 날

by 링링

아이들에게 매 달 첫 날은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다. 왜냐하면 우리 반은 한 달에 한 번, 그 달의 첫 날 자리를 바꾸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와 짝이 되는 친구들은 이 날이 늦게 오면 좋겠지만 절반 이상의 친구들은 새로운 짝을 만나고 싶어한다.


짝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 가장 간단하고 공정(?)하며 아이들의 불만이 제일 없는 방법이 제비뽑기이다. 저학년의 경우에는 교사가 짝을 정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고학년의 경우에는 교우관계에 상당히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교사의 개입보다는 제비뽑기를 훨씬 선호한다. 자리를 뽑을 때 아이스크림 막대로 만든 자리 뽑기 막대를 활용한다. 아이들의 번호를 써서 만드는데, 자리 뽑기 이외에도 발표할 때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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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뽑기 막대

교사의 입장에서 짝을 바꿀 때 고민되는 부분이 몇가지 있다. 첫 번째는 자리의 위치이다. 교실의 앞 쪽과 뒤 쪽에 골고루 앉아볼 수 있으면 좋은데 제비뽑기의 특성상 연속 2~3번으로 뒤에 앉는 학생의 경우는 신경이 쓰인다. 특히 그 학생이 키가 작거나 눈이 나쁘다면 아이들에게 사전에 동의를 구한다.


" 얘들아, OO가 TV가 잘 보이지 않는데 3달 연속으로 뒤에 앉았어.

이번 달에는 앞쪽에 앉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도 될까?"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아이들은 받아들이고 동의한다.


두번째는 연속으로 같은 친구와 짝이 될 경우이다. 이럴 때도 연속으로 짝이 된 친구들이 2팀 이상있으면 그 친구들에게만 질문을 한다.


"너희 서로 짝을 바꿀래?"


만약 모든 친구들이 동의를 하면 서로 짝을 바꾸고,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앉는다. 또는 교사가 개입해서 자리를 임의로 바꾸기도 한다.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친구를 자주 괴롭히는 아이가 누구랑 앉을 것인가이다. 교실에 있다보면 특정 아이의 이름이 자주 들린다.


"선생님, OO가 때려요. 놀려요."


이런 친구들의 특징은 친구들에게 관심 받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데 그 방법을 잘 몰라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 친구가 모든 친구들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 경우는 잘 없다. 자신이 때리거나 놀렸을 때 크게 반응하고 스트레스 받아할 경우 계속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 친구의 행동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친구는 몇번 괴롭힘을 시도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마음이 약한 아이들이 짝이 되었을 때 교사는 임의로 좀 더 강한 아이들과 자리를 바꾼다.


그러면서도 내가 강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스트레스 받고 짝으로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지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교사에게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은 학생들이나 또는 책임감이 큰 학생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도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터져버리는 경우도 잇기 때문이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개입해서 훈육을 해야한다. 친구를 자주 괴롭히는 친구는 한 두번의 훈육으로 쉽게 바뀌지 않으며 인내와 꾸준함이 필요하다. 이 친구도 올바른 표현 방법을 배우고 다른 친구들과 원만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1년 동안 나의 의무이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그렇게 자리를 바꾸고 나면 4명이 한 모둠이 된다. 남녀 성비가 맞는 경우 일반적으로 한 모둠은 여자 2명, 남자 2명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우리 교실은 남녀 짝을 원칙으로 한다.) 새로운 모둠이 만들어진 날 '모둠세우기'활동을 한다. 한 달 동안 모둠활동이 수시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모둠친구들과 하나가 되는 의식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하는 활동이 '모둠 이름' 정하기이다. 아이들은 어떤 모둠 이름을 정하면 좋을지 의견을 하나씩 낸다. 이 때부터 아이들은 의견 조정을 배우기 시작한다. 학기 초에 이 활동을 자유롭게 하라고 시켜보면 7개의 모둠 중 2-3개의 모둠에서는 문제가 생긴다. 서로 하고 싶은 모둠 이름이 다른데 어떻게 의견을 모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그 모둠한테 가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을 알려준다. 모둠에서 한 명이 기록을 할 수 있는 노트와 연필을 준비하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모둠의 이름을 말한다. 떠오르지 않으면 패스해도 좋다. 아이디어가 여러 개 있을 경우 먼저 말로 어느 것을 하면 좋겠는지 질문을 한다. 서로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에는 투표를 한다. 투표를 해도 정해지지 않을 때 최종적으로 가위바위보를 한다. 이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신의 의견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에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매번 양보만 하고 친구들이 내 의견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삐지거나 우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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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봄비가 내려요, 동물, 봄이 따뜻해요, 피카츄, 벚꽃, 달팽이

햄스터, 여름이 더워요, 꼬부기, 우정, 어피치, 꿈나무

얼음, 구슬 아이스크림, 몰랑이, 무지개 여우, 무지개 달팽이, 상상과일, 수박

무궁화, 코스모스, 시바견, 귀여운 북극곰, 브롤여우, 가을이 온 모둠

단풍잎, 학용품, 보노, 단풍나무

코코넛,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트리, 고양이, 눈꽃



한 해 동안 아이들이 정했던 모둠 이름이다. 아이들의 모둠 이름을 살펴보면 관심사를 알 수 있다. 모둠 이름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하는 동물, 식물, 캐릭터가 등장한다. 모둠이름표가 완성되면 모둠 아이들이 이름표를 들고 찍은 사진을 매달 class123 사진 게시판에 올린다. 학부모님들께도 이번달에 우리 아이는 어떤 친구들과 같은 모둠이 되었는지, 어떤 모둠이름을 지었는지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다. 나는 한 달 동안 이렇게 아이들이 만든 모둠 이름표를 칠판에 붙여 놓고 계속 불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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