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사탕

투명한 알사탕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

by 링링

8시 40분부터 9시까지는 아침 독서 활동 시간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말하지 않아도 등교를 하면 조용히 가방을 정리하고 책을 꺼내 읽는다. 1~2주에 한 번씩 나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역시 아이들은 자신이 읽는 것보다 선생님이 읽어주는 걸 더 좋아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은 인기가 많아서 책을 읽어주고 난 후 칠판 앞에 두면 아이들은 수시로 가져가서 여러 번 읽곤 한다. 어떤 아이는 같은 책을 몇 달간 반복해서 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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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그림책 <구름빵>으로 유명한 '백희나'작가의 <알사탕>이라는 책을 읽어주었다.

알사탕에는 주인공 '동동이'가 등장한다. '동동이'는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주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면서 혼자 구슬치기를 하며 논다. (반에 몇명씩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주기만을 바라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은 더 많이 공감했을 것이다.) 그러다 머쓱해하며 문구점에 새 구슬을 사러 갔는데 문구점 할아버지의 꼬임에 넘어가 구슬 모양의 사탕 한 봉지를 사게 된다. 크기, 모양, 색깔이 다 다른 6개의 구슬들은 동동이가 어디서 많이 보던 무늬이다. 알사탕을 하나 먹을 때 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목소리의 주인은 동동이의 곁에 있는 소파, 구슬이(동동이 집의 강아지), 동동이 아빠, 풍선껌, 이제는 볼 수 없는 할머니에게서 들려온 마음의 소리였던 것이다. 마지막 투명 알사탕이 남았을 때 동동이도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낼 용기를 갖고 친구에게 다가간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림을 살펴보며 동동이가 먹은 알사탕을 하나씩 한 번 살펴 보았다. 모두 동동이의 주변에 있는 알사탕이었다. 그림책의 매력은 그림과 글 속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메세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한 번 읽을 때는 지나치기 쉬웠던 인물의 표정, 그림의 의미를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한 번 이야기를 나누어 볼 때 나 혼자 읽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


"얘들아 지금부터 너희는 '동동이'가 되는 거야. 뿅!"

그리고 난 아이들에게 눈을 감고 두 손을 포개어 책상 위에 놓게 했다. 이제 아이들은 '동동이'가 된다.

미리 준비해주었던 알사탕을 하나씩 아이들 손에 놓아준다.

아이들은 알사탕 맛보면서 '동동이'의 마지막 투명구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무엇일지 상상해본다.

아이들이 상상한 투명 알사탕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꿈, 나무가 베일까봐 걱정하는 마음, 집에서 키우는 달팽이, 동근란 모양의 사과와 수박, 자신이 좋아하는 농구에 대한 걱정하는 마음들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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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이 담겨 있는 작품들을 보는 것에서 끝나면 왜 이런 표현을 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작품을 낼 때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묻곤 한다. 어떤 아이들은 아주 단순하게 사탕의 맛이나 모양에서 그림을 연상했기 때문에 "그냥 먹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대답하는 친구들도 있고 어떤 아이들은 "제 꿈이 디자이너인데, 평상시에 보라색과 흰색 옷을 디자인 하고 싶었거든요."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의 생각과 작품을 통해 한 명 씩 묻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지면 일상생활에서 하는 흔한 소재의 대화에서 더 나아가 아이들의 생각을 좀 더 많이 들어볼 수도 있고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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