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스쿠버다이빙 도전기
오픈워터(OW) 교육 1일 차 #1
스쿠버다이빙 1일 차(feat. 필리핀 보홀 디퍼 다이브 센터 with 세이 강사. 01.09.2020)
오픈워터(OW) 교육 1일 차 #1
오늘부터 시작하는 스쿠버다이빙 교육을 받기 위해서 컨디션을 제대로 회복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잠을 깊이 잘 자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습니다. 그저께도 비행기 시간 때문에 친구네 집에서 잠을 잘 때도 거의 잠을 못 잤습니다. 내가 잠자리가 변한 것 때문에 이 정도로 잠을 잘 못 자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다이빙 센터에서의 첫날 밤이 설레기도 하고 낯설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심신이 매우 피곤한 상태여서 그랬는지 잠드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제한수역 교육을 하는 깊고 넓은 수영장이 부담을 줬을 수도 있습니다. 수영장 주변을 밤새 환하게 비추는 라이트 때문에 창문 커튼을 쳤음에도 불구하고 새어 들어오는 불빛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잠을 잘 못 잤습니다. 반면에 친구는 잘 자라고 인사하더니 어느새 코를 골면서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나도 20대에는 1박 2일 MT와 일주일이 넘는 농활의 불편한 숙소에서도 큰 문제없이 잠을 잤던 기억이 있습니다. 30대 초반에도 친구들과 여행을 가도 잠을 잘 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 친구들과 놀다가 새벽까지 술을 마셔도 외박을 하지 않고 반드시 집에 가서 잠을 잤던 걸 기억해보면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자고 싶은 욕구가 컸던 것 같습니다.
겨우 잠들었던 것 같은데 잠을 깨는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어두컴컴한 새벽 4시 즈음부터 주변 동네 닭들이 힘차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오래간만에 듣는 닭 울음소리에 어릴 적 시골 외갓집 풍경을 잠시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동네에는 닭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시골 외갓집에서 듣던 한두 마리의 닭 울음소리는 정겨웠습니다. 그러나 여기 닭 울음소리는 마치 백여 마리의 닭들이 나를 에워싸고 지져대는 듯했습니다. 다이빙 교육을 위해서 잠을 더 자야 하는데 닭 울음소리에 점점 더 각성이 되었습니다. 잠을 더 자려고 애쓰면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6시 즈음 일어났습니다. 개운하지 않은 내 몸을 깨우기 위해서 온수로 샤워를 했습니다. 그리고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하는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식당 바로 앞 수영장에서는 어제부터 오픈워터 교육을 시작한 3명의 청년들이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7시 즈음 숙소 발코니에서 청년들이 수영장으로 들어가는 걸 봤습니다. 강사에게 왜 이른 아침부터 교육을 받냐고 물어보니까 바다로 나가기 전에 수영장에서 배워야 하는 다이빙 스킬을 다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왠지 나도 저렇게 될 거 같았습니다. 불길한 예측대로 우리도 다음 날 아침 7시부터 수영장에 들어갔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난 후에 우리를 다이버로 만들어 줄 세이 강사를 만났습니다. 세이 강사가 교육 일정을 간단히 알려주었고 잠시 휴식한 후에 강의실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PADI 교육생 서류 작성을 했습니다. 오전에는 교재와 동영상을 보면서 이론 교육을 받았습니다. 강사가 수업 중에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엄청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면서 앞바다에서 오슬롭 상어를 만나서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센터 앞바다에서는 오슬롭 상어를 보기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강사도 처음 봤다고 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의 매력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바다에서 우연히 마주하는 자연의 경이로움 말입니다. 다이빙 교재 내용은 강사가 중요한 것 위주로 강조하면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실제 다이빙 스킬 교육을 받으면서 교재의 중요 내용이 반복되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전 이론 교육이 끝난 후에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1시부터 수영장에서 다이빙 실전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갔습니다. 필리핀 보홀의 한낮의 태양은 매우 강렬하고 뜨거웠습니다. 강사의 지도로 스쿠버 다이빙 장비 체크하는 법과 장비를 탈부착하는 법을 연습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목숨의 안전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했습니다. 처음 할 때 아무리 낯설고 두려운 것이라도 반복하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나에게 스쿠버 다이빙이 그렇습니다. 내 인생에서 전혀 마주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장비들이 강사의 지도로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졌습니다.
장비가 익숙해진 후에 우리는 강사의 지시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해야 했습니다. 수영을 하는 것이 다이빙 교육 과정 중에 있습니다. 수영은 잘하지 못해도 됩니다. 어떤 형태의 수영법이든지 200m를 하기만 하면 됩니다. 만약 수영을 할 줄 모르면 스노클링으로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수영을 할 줄 알아서 자신이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수영을 했던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다만 오랜 기간 수영을 안 했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센터 수영장은 길이가 25m인데 중간부터는 깊이가 3m였습니다. 비록 몇 년을 하지 않은 수영이지만 천천히 한다 생각하고 수영을 했습니다. 그런데 수영장을 세 바퀴 째 도는 중에 3m 깊이에서 갑자기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순간 호흡이 흐트러져 물을 좀 먹었습니다. 물을 먹고 사레들어서 기침이 났습니다. 기침이 계속 나서 일어서야 하는데 3m 풀에서는 보통 실내 수영장에서처럼 발을 디디고 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깊은 물에 대한 공포감이 밀려왔습니다. 나는 수영 실력이 더 없었던 대학생 때도 5m 깊이의 수영장에서 잠수도 하면서 수영을 즐겼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오랫동안 수영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바다나 강도 아닌 수영장 물에 대한 공포심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내 무의식에 물 깊이가 주는 공포가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