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다이어트를 하다.

(feat. 한 달 동안 등산 11회)

by 최옥찬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의 몸이 눈에 띄게 변했습니다. 친구는 요즘 다이어트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걸음을 재는 앱을 확인해보니 40일 동안 400km를 넘게 걸었답니다. 몸무게가 8kg 정도 빠졌답니다. 친구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에는 4시간 정도 등산도 했답니다. 친구가 이렇게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당뇨 수치가 매우 높게 나왔답니다. 그래서 당뇨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작정하고 다이어트하기로 했답니다. 그 결과 당뇨 수치도 정상으로 떨어지고 살도 빠졌답니다. 친구는 이왕 시작한 다이어트를 지속해서 몸무게를 10kg 정도 더 빼려고 한답니다. 건강을 위해서.


나는 친구가 다이어트에 열심인 모습에 도전을 받았습니다. 올해 들어 빠르게 살이 찌면서 내 마음속 한 켠에는 건강이 나빠져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건강에 대한 불안도 떨쳐내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체중 감량을 하기로 했습니다. 경험적으로든 친구의 조언으로든 웬만해서는 중년에 불어난 살을 빼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두 달만 등산을 열심히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산은 집에서 가까운 도봉산으로 정했습니다.

등산을 하려면 산 입구까지 오고 가는 시간을 포함해서 4~5시간 정도를 할애해야 합니다. 세쌍둥이가 태어나고 아내가 복직한 이후로 육아가 주된 일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고 오기까지의 시간이 있습니다. 심리상담사라는 직업적 특성상 시간 활용도 용이합니다.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만큼 경제적 수익만 포기하면 됩니다. 중년이 되니 건강은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건강을 잃고 생활이 멈춰버리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직업적으로 꼭 해야 하는 일과 세쌍둥이 육아 이외의 모든 일들은 두 달 동안 안 하기로 했습니다.


일정에 따라 도봉산 입구에서부터 짧게는 2시간 30분 길게는 4시간 정도 코스로 등산 계획을 짰습니다. 도봉산 등산 코스 안내도를 보면 정상인 자운봉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2시간 30분입니다. 단 쉬는 시간은 미포함입니다. 일주일에 어떻게든 2~3번 등산을 하면서 두 달만 열심히 해보기로 했습니다.


6월 11일부터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옷장 속에 묵혀있던 등산복을 오래간만에 꺼내 입었습니다. 그런데 바지를 입는 순간 뻑뻑하고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2년 전에 몸에 편안하게 맞추어 샀던 등산복 바지였습니다. 내가 살이 많이 쪘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등산복을 샀던 그 당시보다 몸무게가 8kg 넘게 쪘으니 말입니다. 그 살들 중 반은 올해 갑자기 불어났습니다. 내 몸에 불편해진 등산복 바지를 입으면서 어떻게든 이번에 제대로 몸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첫날은 익숙한 도봉산 우이암 코스로 등산을 했습니다. 오래간만에 온 몸이 비 오듯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 등산 후에 이런 식으로 하면 살이 빠지겠지 싶어서 뿌듯했습니다. 두 번째 산행부터는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을 목표로 했습니다. 자운봉으로 가는 코스는 여러 군데가 있습니다. 자운봉으로 가기 전에 마당바위를 들르는 코스로 올라갔습니다.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돌계단이 많은 코스였습니다. 산을 오르는 동안 주위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숨을 헐떡이기 바빴습니다.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올라가자 하고 올라갔습니다. 계단이 하도 많아서 얼마나 많은지 호기심에 10번째 등산하면서 계단 수를 세어보았습니다. 마당바위까지 1700여 계단 정도 되었습니다. 10번째 등산을 하다 보니 체력이 어느 정도 붙어서 계단을 세어 볼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 11번 등산의 효과

11번 등산 후에 샤워를 하고 거울 앞에 서 보았습니다. 몸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등산복 바지를 입을 때 잘 들어가면서 점점 더 편해지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살이 많이 빠졌겠다고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체중계가 보여준 내 몸무게는 실망스러웠습니다. 한 달 동안 2kg 정도 빠졌습니다. 땀을 그렇게 많이 흘리면서 이를 악물고 등산을 했던 것에 비해 몸무게가 별로 안 빠져서 실망했습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는 상당히 빠졌을 것 같았는데 말입니다. 특히 배가 많이 들어가면서 허리 라인이 살아났습니다. 살이 찌면서 점점 밖으로 튀어나오는 아랫배 때문에 팬티의 두터운 밴드가 접히는 것을 보면서 한숨짓곤 했는데 말입니다.


살이 많이 빠지지 않아서 실망스러웠지만 이전에 트레이너가 했던 말이 기억났습니다. 몸무게를 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근육량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아마 살이 많이 쪘던 것도 기초대사량이 떨어져서인데 근육량이 빠지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망한 나를 보고 아내가 격려해준 대로 체질이 변하는 중이고 근육이 더 생기면서 살이 더 빨리 빠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몸무게 감량은 실망스러웠지만 체력은 점점 더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 등산을 시작할 때는 숨을 헐떡거리느라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었는데 등산을 하면 할수록 힘든 와중에도 주위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을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쉬는 정도가 적어졌습니다. 그만큼 체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현상이었습니다.


심리적으로도 건강해졌습니다. 그날그날 목표한 곳으로 산을 오르내리면서 성취감이 생겼습니다. 건강과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한 등산이기 때문에 매번 해냈다는 성취감은 다이어트 동기를 강화합니다. 게다가 성취감은 낮아진 자신감을 키워줍니다. 이러한 성취감은 기대한 결과물을 노력하여 얻을 때 생깁니다. 중년까지 살아오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삶의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삶은 우리가 노력한 만큼 기대한 결과를 반드시 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노력은 기대한 결과물을 반드시 줍니다. 그래서 노력한 만큼의 성취감이 있습니다.


두 달을 목표로 한 등산입니다. 한 달을 해 보니 몸무게가 빠지는 것 외에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 앞으로 한 달 후에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먹는 것도 조절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싶으면서도 투자한것만큼 오기가 생겼습니다. 드라마 미생의 대사처럼 뭔가 큰 일을 하기 전에 몸을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중년기 큰 일은 건강한 노년기 준비일 듯합니다~^^

한 달 후에 변화된 내 모습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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