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학습이다.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다.
“유머는 외워야 해.”
진지한 상황에서 환기가 필요할 땐 학습된 유머라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머에도 많은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A. 대중적인 유머
B. 사적인 유머 (흔히 말하는 ‘내수용’)
C. 현상에 대한 유머
D. 대상을 겨냥한 유머
E. 자신을 겨냥한 유머
F. 타고난 유머
G. 학습된 유머
그중 가장 품격이 있는 건 G. 학습된 유머라고 생각한다.
그 학습된 유머에는 클래식이 존재하고 공식이 있다.
일본식으로는 보케와 츠코미, 니주와 오도시.
영미권에서는 보통 펀치라인으로 통합된다.
나는 위의 사항들을 (코미디 한정) 콘텐츠 제작 기획에 반영하는 편이다.
정해진 공식대로 하면 의도된 웃음 포인트를 찾을 수 있으니까.
나는 일상에서 유머를 대할 때 C, E, G를 위주로 한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특정 대상을 깎아내리는 것이 싫다.
2. 차라리 내가 깎아내려지는 것이 낫다.
3. 정석대로 유머를 장착하면 결례를 끼치는 일이 적다.
유머에도 장르가 존재한다.
A. 플레저
B. 길티 플레저
순수 재미만을 위한 플레저 유머와 웃기지만 약간의 죄책감을 동반한 길티 플레저.
나의 취향은 길티 플레저에 가깝다.
일반 플레저 유머는 대중적이지만 슬랩스틱 기반이다.
나는 다양한 문화권에 있으니 길티 플레저에 익숙하다.
예를 들면, 일반 플레저 유머는 <쉬면서 일하게 - 쉬는데 오셨잖아요.> 등이 있고.
길티 플레저엔 <공항 검색대에는 동양인 뒤에 서는 게 좋아. 이들은 끈 있는 신발도 안 신고 중동권 사람들처럼 검색을 받을 일도 적잖아.> 등이 있겠다.
약간의 죄책감이 들지만, 이유를 알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유머다.
<저 양반(스티비 원더)은 자기가 입은 옷도 모르고 저렇게 무대에 서잖아.>
이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나는 콘텐츠 제작자로서, 시니어급 직원으로서 플레저 유머와 자신을 망가트리는 유머를 지향한다.
직업상 대중을 겨냥하는 보편적 유머 코드를 추구한다.
그래서 밈‘meme’에 예민하고 좌파 우파 남초 여초 등의 극단적 커뮤니티를 관찰한다.
정말 스트레스받는 일이지만 우리는 ’ 선‘을 타야 살아남는 직군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아찔하지만, 그만큼 매번 학습하고 배워가는 재미도 느껴가는 요즘이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 유머‘에는 품격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