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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IC FINE APPLE Nov 23. 2016

컴맹(커뮤니케이션 맹인) 들의 특징

갑과 을의 관계에서 생기는 컴맹들

 여러 사람들과 지내다 보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인 듣기가 안되고 그로 인해서 사람들과의 마찰이 일어난다면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분명 어려움을 겪겠지요.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사람들의 특징은 1.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는다. 2. 상대방을 무시한, 오직 나에게 맞춘 화법이다. 3. 공감대를 못 찾는다. 정도가 될 수 있겠는데요. 예전에 제가 겪은 일화가 생각납니다. 헤드폰이 불량이어서 AS센터에 들렀는데요. 소위 블랙컨슈머라고 할 만한 고객이 있었습니다.

                                                                                       

출처 : http://www.huffingtonpost.kr/qho-lee-/story_b_6351592.html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고갱님'이 들어왔습니다. 접수를 받고 몇 가지 확인 절차를 거치더니 AS센터 직원과의 실랑이가 시작된 건 그때부터였어요.

직원 : 이거 정품이 아니네요. 병행수입입니다. 병행수입은 AS 불가입니다.
고객 : 뭐? AS가 안된다고?
직원 : 네.. 이건 공식 판매원이 아닌 개인이 판매한 거라 젠하이저에서 무상으로 AS가 안됩니다.

(참고로 병행수입은 총판권이 없는 보따리상이 들여온 거라서 국내 정식 수입업체에서는 AS가 안되고 제품 상세 설명 페이지에도 나와있습니다.)
고객은  못 알아들었는지 왜 AS가 안되냐고 하고 직원은 계속 설명하게 되는, 마치 한곡 반복 듣기를 해놓은 듯한 플레이가 계속되었습니다. 실제로 병행수입품은 정품보다는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할 수도 있으나 AS가 아예 안되거나 해주더라도 유상 AS 처리가 됩니다. 이 부분은 해당 젠하이저 社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업체들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어요. 고갱님의 태도가 교체된 것이..

고객 : 그런 거 알고 싶지 않고요, 왜 AS가 안되냐고요. 삼성은 삼성에서 산 거 AS 되는데 젠하이저는 왜 안되냐고. 이건 젠하이저가 아니고 젠하이지 냐구요.

어...전형적인 컴맹의 특징이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직원이 충분히 알아듣게 설명을 해줬지만 이해를 하려는 태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거죠. 논쟁할 때 가장 힘든 것이 '됐고' 또는 '나는 모르겠고'입니다. 논리적 설명에 무논리로 대응하는 것만큼 캄캄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후로도 몇 분간 직원의 설명과 고갱님의 '아몰랑', '빼애애액'이 뫼비우스의 허리띠처럼 무한반복되었죠. 그리고 역시나 예상대로 그 고갱님은 '상사 스킬'을 시전 하였습니다.

고객 : 더 높은 사람 불러와요!
 
직원이 어이가 없어서 안내데스크로 돌아가자 안내데스크 앞으로 가서 따지더군요. 그러더니 이번엔 뜬금포로

고객 : 야 너 대학 어디 나왔어?

좀 신선하긴 했습니다. 원래는 '너 나이 몇 살이야?'라는 유교사회에서만 시전 할 수 있는 스킬인데 그 고객이 나이가 많지 않았고 학벌사회다 보니 출신 대학 질문 스킬이 나온 것 같았습니다. 논리로 돌파할 수 없을 때  시전 하는, 국내에서 쉬이 볼 수 있는 스킬이죠.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듯 논리로 대응이 안될 때 주제와 상관없는 말을 던져서 논점을 흐리는 유형입니다. 
 
그 고갱님은 병행수입업체에다가 전화를 걸었고 아마 그 업체에선 젠하이저 AS센터에선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했나 봅니다. 고갱님은 조금 당황하더니 꿋꿋하게 밀고 나가더군요. 그러면서 이번엔 녹취 카드를 꺼냈습니다. "전화 녹취했어 안 했어?" 라며... 그렇게 실랑이하는 사이에 중재자가 왔습니다. 바로 POLICE!! 그리고 저는 목격자가 되어 상황 진술도 했습니다. 그 사이에도 고갱님은 직원에게 고소할 거야 라며 드립을 날리고 있더군요. 심지어 저에게도... 결국 직원과 고갱님과 경찰 아저씨는 경찰서로 가고 상황 종료되었습니다.


출처 : http://www.woman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9

                                                                                                           

예전에 개그콘서트에 정여사란 프로그램이 생각나더군요. '바꿔줘'라는 한마디로 모든 논리를 무시한 채로 자신의 주장만 펼치는 유형.(저 일이 있기 전까진 그냥 드라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만 나오는 일인 줄 알았습니다.) 가장 대하기 힘든 사람이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끝이 나지 않는 대결은 상식과 비상식이 싸울 때가 아닌가 합니다. 말이 안 되는 것을 가져다가 말이 되게 하려면 억지가 필요하죠. 여기서 소통의 부재가 생깁니다. "이유는 묻지 말고 무조건 해!", 라든가 "내가 하라는데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같은 우리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의 갑질. 뭐 당연히 을은 갑을 설득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저는 갑도 을을 설득해야 소통에서의 고통(苦痛)이 없어진다고 봅니다. 위의 사례에서도 고객은 갑이고 직원은 을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그러면 갑이 원한다고 을이 무조건 들어줄 의무는 없지 않습니까? 을의 입장이라서 들어줄 수도 있겠지만 이게 쌓이면 품질 저하든 가격 상승이든 어떤 형태로든 결국 갑에게 불이익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컴맹(커뮤니케이션 맹인)들은 결국 '내가 원하는 것'만을 생각하니까 불통이 생깁니다. 앞서 갑과 을을 얘기했는데 갑, 그러니까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 설득이 필요 없다고 느껴져서 더욱더 '내가 원하는 것'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근데 그렇게 해서 곪아 터지는 결과를 만들기 전에 갑도 을을 설득할 수 있다면 컴맹도 줄어들어서 덜 답답해지고 좀 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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