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증의 시작, 그 이름 봄

by 한도톰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물 밀듯이 밀려오는 새싹 내음은 누군가에게 싱그러운 순간 그 자체일 수도 있으나,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숨을 틔우기도 전 들이치는 바람일지도 모른다.


최근 출근길이 한가로왔다가 다시 막히기 시작했다. 봄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이다. 다양한 삶의 역할을 이고있는 사람들이 본연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덕분에 출근시간은 두 배로 늘었다. 평소보다 두 배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야 한다. 참으로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도 잠시, 많은 사연들이 찾아 올 수 있음을 직감한다. 그 예감은 꽃샘추위처럼 내 마음을 조인다.


시작이 준비되지 않은, 봄이 달갑지 않은 자들이 찾아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아서,

과업을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렇게 각자의 사연으로 멈추어져 있는 실루엣은 어느새 삶의 중압감이라는 체증으로 빽빽하게 도로를 가득 채운다. 메우고, 또 줄 세운다. 어디서부터 시작될런지 모르는 정체의 한 가운데에서 갈팡질팡하는 본인을 발견할 때 비로소 고백한다.


'전 봄을 맞이 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어느 누가 준비된 마음으로 봄을 맞이할까?

저마다 마음 속에 안고있는 체증을 잠시 옆으로 세워 둔 채, 지금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을 택해보는 것뿐이다. 꼭 빠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느리면 느린대로, 막히면 막히는대로, 그 순간을 견디는 일. 등 떠밀려 미처 먹지 못한 아침을 먹기도 하며, 기분을 새로이 바꿔 줄 음악을 택하기도 하며, 오늘의 할 일을 계획하기도 한다. 혹은 어제 다 하지 못한 감정의 잔여물을 정리하기도 하며, 잔여물의 주인공에게 메시지를 남겨보기도 한다.


준비가 된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응당 맞이해야만 하는 봄의 주류적 표상에 지레 겁 먹지는 않았을까? 각자가 느끼는 체증의 시작은 준비가 되지 않아 마주한 막막함의, 그 무언가가 아닐 수 있다. 감정의 잔여물을 정리하거나, 끌리는 음악을 선곡하며 기분을 새로이 입히는 일.


그 정도면 충분하다.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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