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
봄은 늘 가장 작은 존재에게서 먼저 시작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아직 겨울의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걸을 때, 골목의 고영희들은 이미 계절을 바꿔놓는다.
겨울 내내 삼삼오오 모여 몸을 둥글게 말고 식빵을 굽던 아이들이,
어느 날부터는 하나씩 따로 앉기 시작한다. 마치 각자의 작은 빵집을 연 것처럼.
햇빛이 떨어지는 자리를 찾아 조용히 자리를 잡고, 그 따뜻함 위에서 천천히 몸을 데운다.
그림자는 조금 더 짧아지고,
바람은 조금 더 느슨해지고,
고영희씨는 햇빛 속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간다.
아마 봄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일 것이다.
누군가 알아채기 훨씬 전부터,
골목의 작은 빵집 하나가 문을 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