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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카모토 미깡 Nov 22. 2022

좁은 길

은쟁반과 하이얀 모시 수건

쉽게 빠진 사랑을 깊게 하는 편이다. 제아무리 하잘것없어 뵈는 것들도 꼭 하나씩은 사랑스러운 점이 있으니 나는 남들보다 그것을 쉽게 발견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의 대상을 정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좋은 사랑도 아픈 사랑도 모두 나를 키웠지만 이제는 나를 조금 아껴주고 싶다.

사랑의 대상은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 가벼이 여겼던 흔해 빠진 음식점 카페 빵집 아르바이트를 하다가도 내가 맡은 일과 매장과 브랜드와 사랑에 빠진다. 곱창집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비건이 된 것은 비극이었다.

유미 씨의 과도한 에너지가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해요 라는 청담동 모 신경내과 의사의 말에 스무 살의 나는 죽음을 생각했지만 스물넷의 나는 그 힘을 이용할 생각을 한다. 사랑의 대상을 늘려 에너지를 배가시키고자 다짐을 한다. 사랑할 때면 스스로 놀랄 만큼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거듭 발휘해왔다. 아마 그것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태어난 능력이리라. 사랑을 가로막는 온갖 두렴을 하나하나 걷어내다 보면 태초의 강인하고 투명하고 맑은 존재로 거듭나리라.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있는 힘껏 부지런히 사랑하고 싶다. 지금 나를 둘러싼 세상은 아낌없이 사랑을 쏟아 부어도 좋을 대상으로 가득하다. 때로는 지치고 아프고 상처 입더라도 다시 힘을 불어넣어 줄 존재들로 충만하다.

그렇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귀한 손님인 양

양손 무겁게 쥐여주고 배웅한다며는 언젠가는

깃털처럼 부풀어 오른 가슴으로 함박꽃 같은 미소를 터뜨리며

순순히 나를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 테다.

사랑스러운 것들로 가득 찬 나의 삶은

사랑해 마지않을 무엇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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