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는 멀고 먼 일이지만, 도심 접근성 탁월한 뉴타운으로 쑤욱!
# 안녕하세요, 장위동 대체 뉘신가요?
딱 들었을 때, 아 거기가 어디지? 싶은 곳이 있다. 실제 지도를 봐도 잘 모르겠고, 멀긴 왜 이리도 먼가 아득하기만 하다. 태어나서 그 근방은 가 본 적도 없다. 아 그래! 북서울 꿈의 숲! 거긴 들어 본 것 같다.
응답하라 1988의 세트장 같은 동네, 성북구 장위동.
낯선 동네 장위동에 뉴타운이 들어온단다.
작년 5월이었나. 휴직원을 내자 마자 만삭의 몸을 이끌고 '북서울 꿈의 숲'을 찾았다. 딸에게는 '올림픽공원 같은 좋은 곳이 있대~ 놀러 가자!'라고 했지만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냥 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가 봤다.
장위동은 대체 뉘신지?
# 뉴타운? 뉴타운!
뉴타운은 보통 낙후된 지역에 들어서기 때문에, 지역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특히 부모님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좋은 말을 들을 수가 없다.
거긴 너무 외지지 않니...(은평 뉴타운)
거긴 산동네에 안 좋은 술집까지 많았지...(길음, 아현 뉴타운)
상암동도 물량이 많은데 거기까지 굳이 갈 필요가 있겠니...(가재울 뉴타운)
중국 사람들 이미지가 너무 강한 거 아니니...(신길 뉴타운)
그러나, 모두 다!!! 잘됐다. 다 올랐다!!!
낙후된 지역에 대규모 신축이 들어온다. 처음엔 사람들이 그 지역이 갖는 기존 이미지를 생각하며 폄하한다.
그러나 신상은 신상이다.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신상을 따라갈 수가 없다.
몇몇 단지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바뀐다. 인프라가 생기고 학군이 변한다. 쇼핑몰도 들어오고 교통도 좋아진다. 어느새 긍정적인 인식으로 바뀌고 하나둘씩 주변으로 모여든다.
시세가 오른다. 내 친구는 그렇게 돈을 번다.
낙후된 그 지역에 왜 들어가냐고 타박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지금이라도 들어가고 싶다.
바로 그때, 깨닫게 된다. 이미 늦었단 사실을!
아현 뉴타운은 도심, 역세권,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 간의 거리)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승승장구 중이고, 길음 뉴타운은 강북 학군의 메카, 교육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가재울 뉴타운은 브랜드 신축 아파트로 상암을 넘어설 기 세고, 신길 뉴타운도 여의도 접근성과 지속적인 신축 분양을 통해 최고 경쟁률을 갱신 중이다.
편견은 편견일 뿐 미래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아무도 모르는 브랜드일 때 슬쩍 사서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 좋다.
남들이 이미 다 사서 완판 된 뒤 웃돈 주고 사는 물건은 아쉽잖아. 괜히 뒷북치는 것 같잖아!
# 현대판 성북동 비둘기, 장위동의 변신
성북동 산에 새로 번지가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휙 돈다
(중략)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장위동을 한 바퀴 둘러보니, 학창 시절에 배웠던 '성북동 비둘기' 생각이 났다.
1960년대 이후 급격히 진행된 도시화에 따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비둘기의 모습을 통해 자꾸만 변두리로 밀려나가는 도시 사람들을 풍자한 시.
5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렇게 역사는 반복되나 보다.
개발이 시작된 장위동은 그 혼란스러움을 온전히 담고 있는 듯했다. 오랜 시간 터전을 다져온 낡은 집들 사이사이로 소위 말하는 지분 쪼개기를 자행하는 '업자'들의 신축 빌라가 섞여 있었다.
뉴타운이 돈이 된다길래 궁금해서 왔지만, 막상 이 곳에 와 보니 '돈'에 눈이 멀어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건 아닌지 괜스레 죄책감이 밀려온다. 오래된 노포도, 사랑방도 이제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
한 바퀴 돌아 뉴타운 끝자락으로 나가니 '북서울 꿈의 숲'이 눈에 펼쳐진다. 규모도 크고 정비도 잘 되어 있어 아이들과 놀기에도 좋고 송파의 올림픽공원, 성동의 서울숲같이 지역의 랜드마크로 여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시사철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자연을 끼고 있어 주거지로써의 쾌적함도 느껴진다.
#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대안, 장위 뉴타운
장위 뉴타운은 강북 최대 규모의 뉴타운이다. 일부 구역이 해제되어 반쪽자리 뉴타운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반쪽만 진행된다 하더라도 충분히 규모감이 있다. 부지도 널찍하고 강북에선 드물게 '평지'로 이뤄진 지형이다. 전철역까지의 거리는 아쉬움으로 남지만 충분히 걸을만한 거리이다. 돌곶이역, 석계역, 광운대역까지 성인 걸음으로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린다.
그간 노원-도봉-강북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제한적이었던 사실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그 가치가 있는 뉴타운이라 볼 수 있다. 강북 학군의 중심이라는 중계동 지역과 접근성이 좋아 지역 내 수요가 탄탄하게 받쳐줄 가능성이 있고, 학업을 마친 부모들이 깨끗한 새 아파트로의 이동을 생각할 수도 있다.
또한 시세 측면에서도 인근의 길음 뉴타운과 경쟁하면서 하방 경직성을 탄탄하게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생활 편의성과 학군 측면에서 길음 뉴타운이 우월하지만, 입주 10년 차를 앞두고 있어 새 아파트와의 격차를 보일 수밖에 없고, 초기 길음 뉴타운에서 시세차익을 맛 본 주민들이 장위 뉴타운으로 이사를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GTX와 동북선 개발의 호재도 받쳐 준다.
GTX C 노선이 광운대역을 지나가면서 (물론 10년 뒤의 일이기는 하다. 예비 타당성 조사 중) 약점이었던 강남 등 업무 지구(삼성, 양재) 접근성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 강북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막히는 동부간선도로', '교통의 열악함'이었다.
(강북 비하 아닙니다. 물론 반포 고속터미널 앞도... 잠실역 사거리도... 겁나 막히죠...)
그러나 그 약점을 한 번에 해결할 GTX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광운대 역세권의 장위 뉴타운과 청량리 주변의 전농답십리 뉴타운으로 서울 동북 지역의 자본이 쏠리고 있다.
6억대, 30평대, 새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자에게 좋은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투자 측면에서도 가벼운 원금으로 짭짤한 수익률을 노리기에 좋은 지역이다.
한강변 아파트들에 비해, 10%의 계약금과 프리미엄으로 분양권을 인수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다. 주변에 새 아파트가 없어 전세가를 받쳐주기에도 유리하며, 지역 내 뉴타운 분양이 계속될 예정이라 분양가가 높아지리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 지역의 시세는 길음, 청량리 쪽과 연동된다.
작년 여름 길음 뉴타운의 '래미안 센터피스'가 분양을 마치고 프리미엄을 형성하자 이후 분양한 장위 뉴타운 1구역 '래미안 포레 카운티'와 5구역 '래미안 퍼스트 하이'가 성공리에 분양을 마쳤다. 이 단지들이 GTX와 광운대 역세권 개발로 슬금슬금 달려 나가자, 장위에 비해 도심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더 좋다고 생각되는 청량리역 인근의 분양권들이 훅~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타 지역처럼 단지 별 장단점도 정리해 보고 싶지만, 발품을 팔아 얻은 정보가 아니라 생략하도록 한다.
장위 뉴타운은 금년 입주를 시작한 꿈의 숲 코오롱 하늘채를 시작으로, 19년 래미안 입주, 20년 자이-아이파크까지 당분간 GTX와 광운대 역세권 개발의 기대감을 안고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1군 건설사(자이, 아이파크, 래미안)들이 동북 지역 브랜드 선점을 위해 공들여지을 것으로 예상되고, 어떤 단지가 실제 입주 후 만족도가 가장 높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장위 뉴타운 입주에 앞서 청량리역 인근 답십리 뉴타운 입주가 완료된다. 답십리 뉴타운은 장위 뉴타운의 선행 지표이기에 두 지역을 함께 보면서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도 좋다.
형인 답십리가 잘 되면, 아우인 장위도 따라 간다.
GTX 아직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지만, 동북권의 미래를 바꿀 혁명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