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쓰러지고 중환자실에서 있는 9일 동안은 걱정으로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보냈고, 입원실로 올라온 이후는 환자 수발들기에 화장실 갈 틈도 없는 시간을 보냈다.
퉁퉁 부어있는 팔에 정맥, 동맥 혈관을 찾지 못해서 주삿바늘을 몇 차례나 찔러대면, 발을 동동 굴리며 울기도 하고 마음 아파하는 날들을 보냈다.
입맛도 없어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보호자식을 추가해서 시킨 밥이 맛이 없어서 되물리고, 죽이나 반찬을 집에서 가져다가 먹기도 하고 아래층의 식당에 가서 주문음식을 먹는 날도 있었다.
이젠 모든 게 쉬운 시간이 되어간다.
입원실 첫날은
소변통 들고 다니기 바빴고 밤새 2시간마다 먹는 약 때문에 선잠에서 깨어나 모두 잠든 조용한 방에 소리라도 들릴까 조용히 남편을 깨워 약을 먹이던 나도 헤롱 대던 날들이었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침대로 이송되는 검사를 따라다녔고,
눈도 안 뜨고 밥을 먹는 남편을 어르고 달래어 죽을 떠 먹이고, 딸기 파는 빨간 통에 물을 받아 침대에서 양치까지 시키는 열성을 피웠다.
다행히 남편은 하루하루 좋아지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살아 나와 입원실에 온 지 이틀째 되는 날, 열이 많이 올라 긴장했던 날도 있었고
남편의 소변줄을 빼는 날은 고추에서 5cm 정도의 플립이 나와
인턴인지 레지던트인지 분간도 안 하고 따져 대기도 했다.
당뇨식으로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성의 없는 음식에 대해 병원식당에 문제제기를 했다. 같은 날 처음 휠체어를 타고 운동처방실로 가는 날은 간호사가 시간을 잘못 알려준 바람에 일찍 도착해서 썰렁한 복도에서 30분을 대기했던 날, 고개를 못 가누고 칙~ 늘어져있는 남편이 안타까워 한참을 울다가 남편이 운동하러 들어간 다음에 담당 간호사에게 엄청 퍼부어 대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아마도 기피 1호 보호자가 되어가는지도 모른다. 딸은, 의사와 산재 협의도 있고 해야 할 일이 많으니 따지지 말고 참으라고 했는데... 그만 왈칵~~
손톱에 때가 낀 레지던트가 피 뽑던 날,
동맥을 찾지 못해 10번도 더 바늘을 찔러대던 날,
그럼에도 착한 남편은 "그러지 마~ 난 괜찮아"한다.
괜찮긴? 내 마음은 미어지는데..
시간이 흘렀다.
힘들었던 날들은 과거가 되었고 토요일인 현재는 평화로운 날이다.
그동안 맞아오던 수액도 떼어 버렸고, 항생제도 거의 끝나가고, 한 줌씩 먹이던 약도 수량이 줄어간다.
수액을 떼니 소변도 줄고 오줌 버리러 가는 텀도 길어졌다.
반면,
남편이 잠에서 깨어 있어야 하는 시간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고, 운동시간이 생겼고, 인지치료 시간이 늘어나 나와 분리되는 시간이 늘어났다.
운동을 다녀오면 기진맥진해서 오랜 시간 잠을 잔다.
오늘도 운동 후 돌아와 점심을 먹고 지금껏 잔다.
남편은 4살 배기 사내아이가 걸음마 연습을 한참하고 피곤해져서 잠든 아이 모양이다.
잘 잔다.
마침 토요일이라 오후 프로그램도 없고 남편도 나도 여유로운 주말 오후다.
그 틈에 나도 잠깐 눈을 붙이고 샤워도 하고 주변 정리도 하고 커피와 간식도 먹고, 내게 필요한 정보도 검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