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많은 간병인들이 일찍 자기를 원한다. 아마도 아침밥이 일찍 나오기 때문인가 보다. 다른 환자들의 간병인들은 5시가 조금 넘으면 활동을 시작해서 저녁엔 오후 8시 정도부터 불을 끄고 취침에 들어간다.
남편의 일상은
07:00 아침식사
08:30 운동치료
12:00 점심식사
14:30 운동치료
17:00 저녁식사
였으나 오늘부터 작업치료가 30분쯤 추가된다고 하였다.
중간에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1시 반쯤 재활의학과에 다녀오고, 오후에 재활의학과 레지던트 선생님이 다녀가셨다. 게다가 딸이 병실로 찾아왔고, 늦은 저녁에 MRI까지 찍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나도 덩달아 분주한 하루였다.
저녁엔 수액을 끊었다. 왤까? 신경외과에서는 완전히 손을 털어 버리겠다는 것인가? 좋지만 좋지 않은 이 기분! 그래도 남편 팔에 주렁주렁 매달렸던 것이 없어지니 속이 다 시원했다.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조금씩 내게로 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하루종일 힘든 남편은 오후 운동치료 후 자리에 돌아와서는 축 쳐졌고, 약간의 열감이 느껴졌다. 37.4도...
그러나 간호사는 "열은 없고요"~라고 복기한다.
몰타에서 함께 지내던 은솔과 지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에 터키로 여행을 갔다. 여행 중에 터키 친구들인 에밀과 이산을 보여 주었다. 침상에 누워있는 남편에게 인사를 시켰다. 남편을 홀로 두고 대기실에 가서 통화를 하고 들어 왔다. 이제 남편은 혼자 두어도 괜찮은 상태가 되었다. 어쩜 위험할 수도 있는 상태인 걸 내가 괜찮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렇게나마 바깥과 소통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물었다.
오늘 하루 행복하셨나요? 남편에게선 단번에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왜? ㅎㅎㅎ
물으나 마나 힘들었던 하루였나 보다.
남편이 재활운동을 시작한 지 5일째다. 첫 발짝도 못 떼고 주저앉던 사람이 12발짝을 댄스 하듯 트레이너를 따라 움직였다. 허리춤에는 소변통을 매단 채, 엉거주춤한 댄스는 계속됐다.
지난밤에는 10시 50분쯤 잤다.
깊은 밤인 것 같고, 많이 잔 것 같지 않은데
옆침상아저씨의 끙끙대는 신음 소리에 여기저기 부스스 일어난다. 나도 눈이 떠졌고 혹시나 해서 소변주머니를 보니 에구머니나! 오줌이 엄청 많이 차 있다. 1500cc나 되는 것을 두 번에 걸쳐 버리고 왔다.
클날 뻔했다. 넘칠 뻔~ 그나마 넘치면 다행이다. 역류해서 남편의 몸으로 다시 들어간다면 큰일 날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옆의 아저씨의 신음소리 덕이다. 그래서 뭐든 나쁜 건 없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며 아침을 시작한다.
남편의 침상을 창가 밝은 자리로 자리도 옮겼다. 창가라 썰렁할 줄 알았는데 온화한 게 밝고 따뜻했다.
남편도 6시 반쯤 기상해서 얼굴도 닦고 온몸을 닦아주고 상쾌하게 아침을 시작했다. 창가이고, 세면대가 가까운 곳이라 물질하기가 덜 힘들었다. 핑계김에 남편 얼굴, 다리, 발... 모두를 샤워시키 듯 깨끗이 닦아줬다. 내가 다 시원하다. 옆 침상의 중국동포 간병인이 귀띰해 주며 비닐을 건네준다. 큰 비닐을 침대에 깔고 하면 뒷처리가 편하다고 그렇게 해 보라고 했다. 정말 편리했다. 몇천년을 이곳에서 생활할것처럼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힌다.
기분이 상쾌해서인지 남편의 정신이 맑아진 시간이 조금 늘어났다. 아침식사도 혼자 젓가락으로 잘 먹었다. 거의 3분의 2 정도가 지나서 힘들다고 젓가락질을 멈추고 엉덩이를 앞으로 쭈욱 밀며 늘어진다. 이렇게까지 지속된 것도 처음이다. 그래도 여기가 어딘지 아직 모르고, 잠깐 잠을 자다가 깨서는 "도로공사에서 계속 재촉한다고 휴~~" 한다.
딸이 격리 끝나고 병원을 다녀갔는데, 남편은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우리 딸은 누굴 만나고 간 거야? 옆 침상의 할아버지를 만나고 갔나? 남편아!! 빨리 원상으로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