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케인, <콰이어트 (Quiet)>
여러분은 내향적인 사람인가요, 외향적인 사람인가요? 저는 지금껏 제가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굳게 믿어왔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내향성과 외향성을 가르는 기준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두려워하는지' 였습니다. 가장 설레고 좋아하는 일 중 하나가 많은 청중들 앞에서 발표하는 일이었기에 제가 내향적인 사람일리가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콰이어트 (Quiet)> 에 수록된 내향성 테스트를 해보고 난 후에 제가 실은 내향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 나는 단체 활동보다는 일대일 대화가 좋다.
2. 나는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게 좋을 때가 많다.
3. 나는 혼자 있는 게 좋다.
4. 나는 동년배들보다 부나 명예나 지위에 덜 신경 쓰는 것 같다.
5. 나는 잡담은 싫어하지만 내게 중요한 문제를 깊이 논의하는 것은 좋아한다.
6. 사람들이 나더러 '잘 들어준다' 고 말한다.
7. 나는 위험을 무릅쓰는 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8. 나는 방해받지 않고 깊이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즐긴다.
9. 나는 생일에 친한 친구 한두 명이나 가족과 소박하게 지내는 게 좋다.
10. 사람들이 나더러 '상냥하다'거나 '온화하다' 고 한다.
11. 나는 일이 끝날 때까지는 사람들에게 내 작업을 보여주거나 그것을 논의하고 싶지 않다.
12. 나는 갈등을 싫어한다.
13. 나는 스스로 최선을 다해 일한다.
14. 나는 먼저 생각하고 말하는 편이다.
15. 나는 밖에 나가 돌아다니고 나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라도 기운이 빠진다.
16. 나는 전화를 받지 않고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게 내버려둘 때가 많다.
17. 꼭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일정이 꽉 찬 주말보다는 전혀 할 일이 없는 주말을 선택하겠다.
18. 나는 한꺼번에 여러가지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19. 나는 쉽게 집중할 수 있다.
20. 수업을 들을 때는 토론식 세미나보다는 강의가 좋다.
20개 문항 중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이 많을수록 내향적인 사람에 가깝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 무려 18개 항목에 체크를 했습니다. 내향적인 사람 중에서도 아주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뜻이죠. 그런데도 왜 저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스스로를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믿어왔던 것일까요?
충격적인 결과를 보고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내향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증거는 여기저기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향적인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그 증거들을 재빨리 감춰왔고, 이런 행동들이 계속되면서 스스로를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오해했던 것이죠.
앞서 제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스스로를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잘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고 나면 얼굴이 새빨간을 넘어 시뻘게 질 정도였고,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할 때면 눈물이 날 정도로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정말 보기 싫었습니다. 외향적인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제 할 말을 하고 싶었죠.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발표 잘 하는 법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훈련했습니다. 발표법에 대해 다룬 책들도 여러 권 읽어보고, 발표 잘 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며 그 모습을 자주 따라하기도 했었습니다. 발표를 하게 될 경우에는 발표 대본을 작성한 다음 달달 외우고, 시뮬레이션을 수십 번 실행했습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발표를 할 때 얼굴의 홍조와 목소리의 떨림이 줄어들었습니다. 지금은 외향적인 사람들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발표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도 발표를 할 때 긴장감 때문에 티나지 않을만큼 다리가 달달 떨립니다.
이제는 확실하게 인정합니다. 제가 외향적인 척 하는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걸요. <콰이어트>의 저자 수전 케인은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실제로는 내향적이면서 외향적인 척을 하고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외향성을 최고의 성격으로, 내향성은 극복해야 할 성격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내향적인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성격을 감추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이런 시대에 자신의 내향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열등한 인간이라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까요.
저 역시도 비슷한 이유에서 외향적인 사람이 되기를 갈망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저도 내향성을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겼습니다. 지금처럼 자기 PR이 중요한 시대에는 외향적인 사람이 되어야만 크게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도 했고요.
"더이상은 자신의 내향성을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드러내자!" 는 것이 <콰이어트>의 핵심 메세지입니다. 사회적 편견과 달리, 내향성은 극복해야 할 성격이 아니라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수전 케인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내향성이 훌륭한 성격이라는 것을 증명해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내향적인 사람이 지닌 좋은 자질 중에 하나가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창의성은 고독과 함께 자라자는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향적인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창의성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빌게이츠, 스티브 워즈니악 등 세계적으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 사람은 모두 내향적이었다고도 합니다.
25년 간 억눌려 있던 저의 진짜 성격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본래의 모습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사람을 흉내내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요. 제 자신에게도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다고, 이제는 당당하게 생긴대로 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내향성을 감추고 싶어했던 분들, <콰이어트>를 읽고 우리의 내향성을 당당하게 자랑하며 살자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