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석, <꽈배기의 맛>
또다시 빈둥거리고야 말았네요. 날이 덥다는 핑계로 오늘은 에어컨과 가까운 마룻바닥과 물아일체가 되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결과, 오늘은 책 한 권 읽을 시간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독자 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제가 이전에 읽었던 책의 독후감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내일은 새로운 책으로 찾아 뵐게요 !
나는 원래 비문학을 즐겨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수능 공부를 할 때에도 비문학을 제일 싫어했었다. 그랬던 내가 요즘 읽은 책들은 대부분 비문학 책들이다. 순식간에 독서 습관이 바뀌었던 이유는 블로그에 올릴 글감을 찾기 위해서였다. 문학책으로 만들 수 있는 컨텐츠는 서평 하나 뿐이지만 비문학 책으로는 서평 하나, 책의 핵심 정보를 요약한 글 하나 이렇게 해서 최소 2개의 글감을 뽑아낼 수 있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음이 가까워진 것이라고 했던가? 독서 취향이 갑자기 변해서인지 어느 날부터 책 읽는 것이 너무 싫어졌다. 책을 읽고서 글을 쓰는 것은 더 싫어졌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에게 있어 (아니, 나에게 있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더는 글감을 찾지 않겠다는 것이고, 이 말은 블로그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말과 같다.
아직 그래서는 안 된다. 나에게는 블로그 운영을 통해서 소정의 수입도 얻고, 이것을 나의 홍보 수단으로 삼아 강사, 작가 등으로 직업적 영역을 확장해보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다. 그 뿐인가, 나의 문과적 기질을 최대한으로 살린 이 블로그를 성공시켜 문과생들에게 아직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사명감도 있다. 아직 그 꿈의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계속 책을 읽고 써야 한다.
읽고 쓰기 위해 여러 비문학 책을 뒤적였지만 도무지 책장이 넘어가질 않았다. '갑작스러운 독서 습관의 변화로 나는 잠시 읽고 쓰지 못하는 병에 걸렸으니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잠깐 내 본연의 독서 취향으로 돌아가야 돼'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이며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 한 권을 골라 들었다. 그 책이 바로, 이번 포스팅의 주인공인 <꽈배기의 맛>이다.
최민석 작가가 지은 <꽈배기의 맛>은 김민석 pd 님이 블로그에 써놓은 서평을 보고 골라 읽게 되었다. 글감에 대한 고민 없이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을 원했는데 pd님의 서평을 읽어보니 <꽈배기의 맛>이 딱 그런 책이다. 싶었다. 어찌되었건 <꽈배기의 맛>을 '갑작스런 독서 습관의 변화로 읽고 쓰지 못하는 병'의 약으로 처방한 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이 책을 읽고난 후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꽈배기의 맛>을 쓴 최민석 작가는 스스로를 "B급 문학"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하고, 비웃고, '이까짓 거 나도 쓸 수 있다' 하는 만만한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의 문학적 지향이라고 서스럼없이 밝힌다. 그의 말처럼 <꽈배기의 맛>에 실린 글들은 이해하고 무척 쉽고, '아니 이런 걸 에세이 소재로 쓴단 말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끔은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어처구니가 없는 글을 읽으면서 실실 웃고 있는 내 자신이 어처구니 없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아무래도 나는 "B급 문학"과 코드가 맞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러니 최민석 작가의 '노벨상을 수상하는 상상'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글을 읽고도 배꼽빠지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사람이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잔뜩 멋이 들어간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한다고 나섰으니 그간 얼마나 글을 써내느라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가 좀 가여워졌다. 아무래도, 블로그 주제를 다시 정해봐야 할 것 같다. 내 B급 정서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주제로-
최민석 작가의 <꽈배기의 맛>이 너무 재미있어서 후속작도 읽고 리뷰를 써보았습니다. 이 책도 재밌으니 시간되시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 http://subinne.tistory.com/210?category=747931
MBC 김민식 pd 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꽈배기의 맛> 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민식 pd 님은 드라마 촬영을 하는 와중에도 매일 1포스팅 원칙을 지키시는데요, 개인적으로 너무 존경하는 분입니다. 전업 작가가 아닌데도 꾸준히 글쓰기를 하는 PD님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시다면 이 글을 참고해주세요! http://subinne.tistory.com/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