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에 팍, 꽂히는 순간이 있다. 그 이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나의 깊고 집요한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솔루션스의 'Superstition'을 들었을 때 그랬다. 음악을 전문 용어로 분석하고 어떤 부분이 왜 좋았는지 멋들어지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애석하게도 내게 그럴만한 지식은 없다. 그렇지만 이건 확실하다. 이 노래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얼마나 일관성 있는 사람인지 알려 주었다는 것.
서태지가 생각났다. Take Five. 1998년 발매된 서태지 솔로앨범 수록곡인 이 곡과 'Superstition'은 많이 닮았다. 사실 'Take Five'를 듣자마자 너무 좋았는데 드러내고 좋아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록 음악이 TV에 나오면 시끄럽고 머리 기른 남자 보기 싫다고 다른 채널로 돌려버리곤 하셨다. 나는 아버지가 싫어하는 것은 하면 안 될 것 같은, 딱딱한 마음을 가진 유교걸이었다. 황당하고 우습겠지만 그랬다. 이 노래는 그렇게 소란스러운 노래는 아니지만 앨범 자체가 록 앨범으로 분류되기에 내 취향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강산이 세 번쯤 변할 시간이 흐른 뒤에 만난, 한 귀에 반한 노래가 그 옛날 숨겨가며 들었던 내 사랑과 닮았다니. 뭔가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Take Five'를 다시 듣는다. '난 알아요!'라고 강렬하게 내뱉고, 'You must come back home.'이라 읊조리던 태지오빠가 보들보들 부드럽게 말한다.
“내 안에서 난 믿음을 찾았어.
난 꿈의 소중함을 알았어.
할 수 있는 마음
변치 않는 모습
그렇게도 난 큰 빛을 얻었어. “
변치 않는 취향. 그대로 컸네. 기특해하며 토닥여주는 것만 같다.
“내가 너를 만난 건 행운이었어.
이제 너를 통해서 내가 살아가고 있어.
맘속 가득 행복을 느끼고
항상 새롭게 “
이건 내가 음악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아마도 나는 기타 사운드를 좋아하나 보다. 두 곡 모두 기타 연주가 매우 매력적이다. 난 예술과는 전혀 무관한 똥손에 감각도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아닐지도 모르겠다. 내 귀가, 마음이 뚜렷이 반응하는 음악이 있고, 그걸 향유하는 행동과 태도도 예술 아닐까.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괜스레 가슴이 뜨거워진다.
동네에서 좀 사는 집이었던 우리 집은, 3층짜리 건물에서 아버지 공장을 운영하고 살림도 했는데 지하에는 창고 겸 아버지의 드럼 연습실이 있었다. 록 음악이 시끄럽다던 아버지는 사실, 어두운 지하 세계에서 본인의 취미를 야무지게 즐기셨던 것이다. 내게 마음과 다르게 말씀하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셨겠지. 태지오빠, 저 너무 많이 컸나 봐요. 이제 아버지 마음이 제 마음처럼 훤히 보여요.
서태지 'Take Five'
https://www.youtube.com/watch?v=cJLVtX9Byy0&list=RDcJLVtX9Byy0&start_radio=1
솔루션스의 'Superstition'
https://www.youtube.com/watch?v=ywOnWbGXMkg&list=RDywOnWbGXMkg&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