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AI는 일자리를 뺏는 걸까》

두려움에서 성장으로

by 초이

출산 후 다시 일을 시작하려 보니 세상은 이미 다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불과 1~2년 사이, 엔터테인먼트와 광고의 중심은 텔레비전이 아니라 유튜브로 옮겨갔고, 그 흐름을 따라 수많은 인플루언서가 등장했다. 내가 수년간 쌓아온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전문성(음식과 공간을 먹음직스럽게 꾸미고 연출하는 일)은 어느새 카메라 앞에서 직접 먹고, 요리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완벽하게 세팅된 ‘광고용 음식’에 매력을 느끼지 않았다. 대신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 약간 서툰 손길로도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 진짜 식탁 위의 풍경을 원했다. 리얼리티의 힘은 컸고, 광고 대행사들도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나 같은 전문가 대신 다양한 인플루언서를 내세워 소위 ‘노이즈 마케팅’이나 ‘바이럴 캠페인’을 기획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변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강물처럼 흘렀다.


여기에 AI가 더해졌다. 인플루언서들의 등장이 내 자리를 흔들었다면, AI는 콘텐츠의 범람을 촉발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비대면 서비스는 일상이 되었고, 각종 플랫폼 사업과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대체 식음료 산업이 속속 등장했다. 식문화와 관련된 변화는 물밀듯 밀려왔고, 나는 그 앞에서 적응하지 못해 허우적거렸다. 내 밥그릇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이 직업 자체가 언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이 나를 옥죄었다.


그 불안 속에서 ‘그럼 차라리 내가 사업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두려움을 회피하기보다 부딪혀보자는 심정이었다. 정부 지원사업을 기웃거리며 미래를 그려보았다. 도시와 농촌을 잇는 플랫폼, 건강한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음식점, 지구를 이롭게 할 수 있는 먹거리 사업…. 그러나 막상 지원사업의 최종 무대에는 언제나 ‘AI’가 있었다. 늘 AI와 연결된 사업들이 선택을 받았다.


도농간 지원사업 과정에서 농촌에 머물며 사업을 운영했다. 아이와 함께 다니며 주민들을 만나고 사업을 진행했는데, 따뜻하게 반겨주시는 덕분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 역시 잠시 고민했다. “AI 서비스를 한 줄이라도 넣어야 하나?” 하지만 억지로 끼워 맞추고 싶지는 않았다. 지원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지원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AI와는 다소 거리를 둔 채, 결국 동네 커뮤니티 기반의 음식점, 그리고 반찬 가게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창업을 시작했다. 열심히 준비했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나는 음식의 맛과 스토리에 자신 있었지만, 사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았다. 매출 관리, 플랫폼 입점, 홍보 채널 운영 등 디지털 환경을 다루는 능력이 필수였다. 그리고 다시금 나는 내 한계를 절감했다. 창업은 곧 ‘조직 운영’이었다. 프리랜서의 길 역시 결국은 하나의 ‘사업’이고, 그 사업을 키우려면 조직을 만들고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배웠다.


매장의 풍경과 메뉴, 내가 걸어온 창업의 기록


실패라 여긴 창업의 과정에서 배운 것이 또 있었다. 바로 ‘AI를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된다’라는 사실이다. AI가 내 일을 대신하는 것 같아 움츠러들던 때와 달리, 실제 사업 현장에서는 오히려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시간을 잘 활용하며 오래 존버한다는 걸 깨달았다. 단순한 반복 업무, 데이터 정리, 콘텐츠 편집, 심지어는 고객 응대까지 AI는 놀라운 속도로 도와주었다. 결국 중요한 건 ‘AI가 내 자리를 빼앗을까?’가 아니라, ‘내가 AI와 함께 어떤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갈까?’였다.



마흔이 넘어 다시 식품회사에 들어와 디지털 사업부에서 같은 일(푸드스타일링)을 하고 있다. 처음 들어왔을 2년 전만 해도 오프라인 사업이 중요했는데 시대가 변하며 지금은 온라인/디지털 사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나 역시 처음엔 낯설고 어렵던 AI 툴들이 이제는 내 손과 머릿속에서 능숙하게 굴러간다. 기획안을 정리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AI는 유능한 파트너가 된다. 나는 더 이상 AI에 지배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이용해 나의 역량을 확장해 가는 사람이 되었다.


돌아보면 프리랜서로서의 자유, 창업자로서의 도전, 회사원으로서의 협업 경험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결국 한 방향으로 이어져 있다. 그것은 바로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나’라는 흐름이다. AI는 그 흐름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새로운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도구다.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AI가 가져올 미래를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내가 그 흐름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오히려 배우고, 적응하고, 다시 자라나는 과정에서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마주한다. 때로는 기술이 두렵게 다가오고, 때로는 새로운 세상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성장의 기회로 삼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AI는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더 창의적이고 본질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태도다. 배우려는 마음, 변화를 포용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자유와 안정 사이에서, 사람과 기술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나아간다. AI에 휘둘리는 내가 아니라, AI를 다루며 확장하는 내가 되기 위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더 넓은 가능성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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