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안정 사이에서, 계속 일하는 나
프리랜서와 회사원.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무게와 호흡, 태도와 자세는 다르다.
프리랜서는 자기 주도적으로 움직인다. 일의 선택권도, 시간의 운용도, 결국은 자신이 쥐고 있다. 그러나 단발성 프로젝트가 대부분이기에 긴 호흡으로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다. 반면 회사원은 주어진 구조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자유롭지는 않지만, 조직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긴 호흡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다. 누군가는 평생을 걸쳐 한 조직 안에서 차곡차곡 쌓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회사는 프리랜서에게 일을 분배하는 주체가 되고, 프리랜서는 조직의 질서 속에서 일감을 얻기도 한다. 이렇듯 프리랜서와 조직은 서로 맞닿아 있으며, 자유와 안정은 늘 교차한다.
나 역시 프리랜서로서 처음에는 자유를 만끽했다. 하루 한 건의 일을 하면 한 달 치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곤 했고, 매일 의뢰가 들어오던 시절에는 이 흐름이 계속될 거라 믿었다.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은 TV와 광고 속에서 빛났고, 쿡방과 먹방의 전성기는 내 일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러나 출산과 육아로 잠시 멈추었을 때, 세상은 이미 다른 쪽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TV 대신 OTT, 검색 대신 SNS와 유튜브, 전문가의 완벽한 손길 대신 자연스러운 인플루언서의 일상이 더 신뢰를 얻는 시대. 그 흐름을 놓친 사이, 내 일거리들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나는 여전히 여기 있는데, 세상은 저기까지 가 있구나.’ 뒤늦게 깨달은 사실이었다.
처음 1년은 괜찮았다. 아이가 커가는 기쁨이 나를 지탱해 주었고,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하며 작은 성취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차이가 분명해졌다. 아이 친구 엄마들이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점점 설 자리가 없음을 실감했다. 돌아갈 회사가 없는 프리랜서의 위치. 자유롭지만, 동시에 불안정한 자리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자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은 건 아이가 네 살 되던 해였다. 안정된 구조를 꿈꾸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직원을 고용하고 일을 키워가는 일은 절대 간단하지 않았다. 2년의 세월을 거치며 나는 철저히 배웠다. 프리랜서의 길도 결국 하나의 사업이며, 그것을 성장시키려면 조직을 세우고 키워갈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으며 조직의 운영을 먼저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마흔이 되어 나는 회사원이 되었다. 이전과 같은 일을 하지만 과정은 전혀 달랐다. 혼자서는 알 수 없었던 협업의 방식, 개인의 자유보다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조직의 흐름, 그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며 성장하는 구조를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돌아보면, 나는 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전부라고 믿었다. 그러나 삶은 유한하고 일은 늘 변한다. 자유에는 고립이 따르고, 안정에는 제약이 따른다. 프리랜서의 삶도, 회사원의 삶도 어느 하나만 완전하다거나 옳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마흔의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프리랜서로 살아온 시간은 나를 세우는 훈련이었고, 회사에서의 오늘은 그 배움을 넓히고 단단하게 다지는 과정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며 나의 일과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도 큰 배움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일을 한다는 건 곧 나를 확장하는 일이며, 그 자체로 존재의 의미가 된다.
삶은 짧고 일의 형태는 계속해서 변하지만, 내가 경험하고 배운 순간들은 오래 남는다. 프리랜서의 삶도, 회사원의 삶도 각자의 소중한 의미가 있다. 어떤 방식이 더 옳은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버티며 배우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자유와 안정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조금씩 성장하며 한 발씩 나아간다.
앞으로 사업을 다시 하게 될지, 혹은 회사 안에서 커리어를 쌓아나갈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예전에는 촬영 그 자체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촬영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와 사업의 구조까지 사고가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여전히 배움의 길 위에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프리랜서로 살아온 시간은 나를 나답게 세워가는 훈련이었고, 회사에서의 오늘은 그 배움을 넓히며 더 단단하게 연단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재밌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며 일할 때, 나의 모습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일을 한다는 건 나를 확장하는 일이며, 그 자체로 존재의 의미가 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야를 넓혀가며 일하는 엄마로, 나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