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시선
"부럽다, 네 딸 영어는 걱정 없겠네!"
제 직업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가 통번역사인데 뭐, 엄마가 영어 전공인데 뭐. OO이 영어는 걱정 없겠다!
그럼 저는 손사래를 칩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라고요.
어쭙잖은 겸손 같다고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말처럼 엄마표 영어를 제대로 시작하기까지 저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엄마의 합리화
영어 잘한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
제가 대학원에 다닐 때 당시 초등학생 형제를 키우던 교수님께 이렇게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교수님은 아이들 영어 어떻게 가르치세요?"
(그 교수님은 서울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하시고 대학원에서 영어로 통번역을 전공하신 분이었습니다 지금은 지방 모 대학 전임으로 계시고요)
그러자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애들요? 아직 알파벳도 모르는데? 영어 잘한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나는, 내가 영어를 잘해서 더 행복한가? 그렇진 않거든요. 그냥 직업일 뿐이지."
교수님의 생각이 너무도 멋져서 우러러봤던 기억이 아직도 남습니다.
하지만 저는 교수님의 그 멋진 말씀을 저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삼아버렸습니다.
'그래, 영어 잘한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 어릴 때부터 시켜봐야 아무 소용없어. 나중에 저 하고 싶을 때 팍팍 밀어주지 뭐.'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당시 저는 제 공부에 바빠 아이의 영어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습니다.
큰아이 돌 무렵 대학원에 입학해 혹독하기로 유명한 통대 과정을 2년 거치고 곧장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저 하나 앞가림하기도 벅찬 상황이었죠. 그래서 늘 마음 한 편에 남아있던 딸아이 영어 티칭에 대한 부담을 교수님의 멋진 말씀으로 완전히 덜어낸 것입니다.
야호! (교수님 죄송합니다 ㅜㅜ)
앗 뜨거워!
발등에 불 떨어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제 딸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크나큰 부담에서 벗어난 엄마 덕에 우리 딸은 영어 노출이 거의 없었습니다. 3년간 다닌 선교원에서 영어수업을 들은 게 전부네요.
하지만 "영어를 잘한다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라고 외치던 엄마도 '초딩맘'이 되자 어쩔 수 없더군요.
발등이 불 떨어진 것 마냥 여기저기 기웃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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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번역하는 엄마의 행로는?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본격적으로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시행착오에 관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