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 어색했던 첫 작품
화실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선생님의 제안으로 화실 학생들과 함께 전시에 참여하기로 했다. 첫 전시라서 어떤 것을 주제로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지만, 이내 시간을 작품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이 시기에 방황하던 20대이면서도 취준생 시절이었기에 충분히 시도할 만한 주제였다. 소재는 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시계로 하였고, 문양을 참고하여 그렸다. 재료는 색연필을 이용한 세밀화 기법과 점묘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전 특강 수업에서 보태니컬을 배운 덕에 순조롭게 작품을 진행했다.
선을 여러 번 쌓으면 쌓을수록 색들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내심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고 말이다. 첫 전시인 만큼 대충 하고 싶지 않았고,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온 집중을 쏟으며 어느새 다채로운 색들로 가득 채워진 작품 속에 빠져있었다. 점을 찍으면서 취업 준비를 하는 내내 고민했었던 걱정거리들을 시계의 문양에 남겼다.
며칠 전에 원장 선생님으로부터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다. 전시 당일에 학생들의 작품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취준생이었던 나는 바로 승낙하였고, 작품을 설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단순히 못을 박고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특성, 느낌, 온도, 시각적인 것들 등 오감을 자극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의 작품 하나하나를 아기 다루듯이 어루만질 때 온도는 각기 달랐다. 어떤 작품은 차가우면서도 매서운 바람 소리가 들린다면 어떤 작품은 뜨겁고 화산처럼 들끓었다. 내가 내 작품을 만졌을 때는 소나기처럼 빠른 날카로운 바늘들이 가슴을 휘저었다.
저마다 작품에는 자신의 현재 처해있는 상황들이 보이는 것 같다. 사실 첫 전시라서 그런지 많이 낯설었다. 전시는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했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었다.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이 방문했었다. 학생들은 각기 작품 앞에서 자신의 세계관을 즐겁게 이야기하며 열띤 토론이 한창이었지만, 나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보잘것없는 급하게 만들어낸 조잡한 그림에 불과했으니까.
전시의 끝에서 스스로 만족하지 않은 결과였지만,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작품의 온기가 나를 감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