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도 저 오래 사는 벌레처럼 될 수 있을지 몰라.
피터 틸의 후원을 받고 연구하는 오브리 드 그레이(Obrey de Grey) 박사는, 스스로 경미한 노화 공학 전략 (Strategies for Engineered Negligible Senescence, SENS)이라고 명명한 개념을 내세웁니다. 1000세까지 살 인간이 이미 태어났다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언론 매체의 각광을 받고 있지만, 같은 이유로 주류 과학자들은 가능하면 ‘엮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노인학 분야의 지도자 28명은 그를 사실상 제명하기 위한 비판 글에 서명했습니다. 폭탄 같은 발언으로 노화 연구 전체를 협잡과 속임수의 학문으로 취급받게 한다는 이유에서 입니다(23). 그의 경력도 주류에서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학부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그레이는 유전학자인 현재 부인과 결혼하면서 노화생물학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 유전학과 초파리데이터베이스 운영을 맡게 된 것이 계기였지요. 가설을 세우고 직접 실험하는 일반 생물학자와 달리 이론만 제시합니다. 기존의 연구 결과를 광범위하게 검토하여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손상을 7가지 범주로 나누고, 각각을 대처할 의학 기술을 개발한다면 노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24).
비주류라고 해서 틀리다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받아들여지는 연구를 하면 동료들과 화기애애하게 토론할 수 있고 연구비도 받기 쉽습니다. 남들하고 다른 주장을 내세우면 일단은 욕을 먹고 잘해야 무시당하기 십상이지요. 의사가 손을 잘 씻으면 산모의 산욕열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던 헝가리 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Ignaz Semmelweis)는 노골적으로 무시당하고 좌천된 끝에 정신병원에서 사망했습니다(25). 병원균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시절에 소독이라는 개념은 수용하기 어려웠겠지만, 서글픈 이야기지요. 미국의 의사 제시 러지어(Jesse W. Lazear)는 황열병의 매개체가 모기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피를 빤 모기에게 물렸습니다. 그리고 34세 나이에 황열병으로 사망했습니다(26). 호주의 의사 배리 마셜(Barry Marshall)은 위궤양의 원인이스트레스가 아니라 세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아니라고 했지요. 당시 학회에서는 어떤 균도 위산 안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입니다. 연구비 부족에 시달리던 마셜은 세균 한 컵을 마시고 위궤양에 걸렸습니다. 그의 주장대로 항생제가 궤양을 치료하자, 자해하는 우울증 환자로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대신 200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27).
의사라고 해서 모기에 물리는 것을 좋아하거나 세균 배양액이 맛있어서 마시는 게 아닙니다. 주류 의견의 벽을 넘는 것은 정말 어렵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지요. 비주류는 아직 벽을 넘지 못한 진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로 받아들여지려면 저런 과격한 방법은 아니더라도 재현가능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알버트 아인쉬타인 의대의 얀 베이흐(Jan Vijg) 교수는 그레이를 지지하여 비판 글에 서명하지 않고 공동 연구도 진행하는 몇 안 되는 학자입니다. 그런 얀 베이흐도 그레이의 암 치료 방침은 완전히 난센스라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10년마다 텔로미어가 없는 세포를 골수 이식한다는 이론인데, 한 번이라도 골수 이식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끔찍한 생각입니다.
오브리 드 그레이와 함께 피터 틸의 후원을 받은 신시아 케넌(Cynthia Kenyon)은 다릅니다. 그녀가 연구를 시작할 무렵에는 보조할 대학원생조차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단기간의 연구만으로 1993년 예쁜 꼬마선충의 수명을 두배로 늘리는 유전자 변형을 보고합니다(28). 수명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지요. 뒤따른 연구들이 다양한 종에서 유전자 변형으로 수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증거를 뒷받침했습니다.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 증거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나도 저 오래 사는 벌레처럼 될 수 있을지 몰라. 죽어 있어야 할 선충들이 배양접시에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케넌이 생각했습니다(29). 선충 연구 결과를 사람에게까지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그녀는 대학을 떠나 현재 구글 캘리코에서 일합니다.
신시아 캐넌의 연구가 사람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사람의 수명은 간단히 150세를 넘어서겠지요.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모든 조부모가 장년이 된 손자를 볼 때까지 살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결혼도 출산도 늦어지는 시대입니다. 현재 중장년인 사람들은 자녀들도 미혼이기 쉽습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손자가 장년이 될 때면 100살 생일도 오래전 기억일 겁니다.
23. Weiner J. 과학, 죽음을 죽이다: 21세기 북스; 2011.
24. Arrison S. 150세 시대: 타임비즈; 2012.
25. Fenster JM. 의학사의 이단자들: 휴먼 앤 북스; 2004.
26. Dendy L, Boring M. 세상을 살린 10명의 용기 있는 과학자들: 다른; 2006.
27. Greenfield S. 마인드체인지: 북라이프; 2015.
28. Kenyon C, Chang J, Gensch E, Rudner A, Tabtiang R. A C. elegans mutant that lives twice as long as wild type. Nature. 1993;366(6454):461-4.
29. Lange Cd. Cynthia Kenyon: ‘The idea that ageing was subject to control was completely unexpected’. The Guardian.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