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돌, 바람, 여자가 많다고 한다.
나는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지네.
섬이라는 환경은 야생의 조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은 생물들이 집구석구석을 채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두운 방,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갑자기 ‘툭’ 하는 소리가 났다. 순간 온몸이 경직됐다. 불을 켜고 침대를 보면 손 길이만 한 지네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처음엔 비명을 질렀다.
두 번째는 얼어붙었다.
세 번째는 조용히 나무젓가락을 찾았다.
그 과정은 유쾌하지 않았지만, 결국 나는 대처 방법을 배웠다. 지네는 보통 한 쌍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하나를 발견하면 반드시 주변을 살펴야 한다. 천장을 기어 다니는 또 다른 그림자를 찾기 위해. 그 순간만큼은 이 섬이 야생처럼 느껴졌다.
제주에는 무덤가 고사리가 많다. 비 온 새벽 아침, 아는 사람들만 공유하는 고사리 핫플에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나는 고사리를 좋아하지만, 무덤 근처 누군가의 이름이 새겨진 돌 앞에서 자란 고사리를 꺾어 먹는다는 것이 기묘했다.
처음에는 몰라서 먹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게 된 다음부터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작은 윤리 의식이 생긴 셈이다. 제주에는 생명과 죽음이 함께하는 날곳이다. 그 문턱을 밟을 때마다 나는 조심스러워졌다. 섬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생의 층위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