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생존 기술과 중고거래

by 최윤정


제주 해무


제주는 생각보다 훨씬 습하다.


처음에 이 문제를 가볍게 여겼다. 그러나 캔버스에 곰팡이가 필까 봐 걱정했고, 가구와 욕실 곰팡이를 보며 신경질을 냈다. 육지에 잠시 올라갔을 때, 공기가 습하기보다 ‘쾌적하다’고 느껴졌을 정도였다.

제습기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장비였다.


습기는 생활 전반을 바꿔놓는다. 식재료 보관 방법, 의류 관리, 가구 선택까지 영향을 미친다. 전자제품의 유지 보수도 평지와는 다른 고려가 필요했다. 그래서 중고거래는 필수가 되었다. 섬이라는 특성상 물건값은 비쌌다. 대부분의 물건이 바다를 건너와야 했다. 비용과 배송 문제를 줄이려면, 누군가의 쓰던 물건을 쓰는 게 합리적이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중고거래가 활발하다. 중고 플랫폼은 또 하나의 생활 인프라였다. 식탁, 의자, 제습기, 전자레인지. 나는 많은 물건을 중고로 들였다. 누군가의 삶을 잠시 쓰고,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넘기는 구조. 그 순환 속에서 나는 덜 소유하는 법을 배웠다.


미니멀리스트를 꿈꿨지만, 현실은 맥시멀한 사건들 속에 있었다. 필요한 물건과 불필요한 물건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연습을 했다. 그래도 물건만큼은 가볍게 가져가고 싶었다. 때문에 정해진 기준을 세웠다. 내게 필요한지, 보관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고쳐 쓰는 일이 가능한지.


제주에서 살아남는 건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사소한 요령이었다. 습기 관리, 벌레 대비, 부지런한 오픈런, 중고 알림 설정. 생활은 생각보다 전략적이었다. 작은 규칙과 루틴이 하루를 지탱했다.


제주에서 살아남는 법은 결국 생활의 기술이었다. 낭만은 멋있지만, 현실은 그것을 지탱할 기초를 요구했다. 나는 그 기초를 하나하나 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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