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삶은 종종 한 끼 식사로 버텨졌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그날의 기운을 정리하는 의식이었다. 어떤 날은 빠르게 지나가는 손님들을 위해 간단히 만들어 먹었고, 어떤 날은 오래된 친구와 마주 앉아 천천히 식사를 했다. 식사는 곧 일상의 속도를 규정했다.
rnr — 제주 제주시 협재1길 29
협재 바다 근처에 있는 작은 빵집. 빵이 가득 쌓여 있는 진열대마저 인테리어처럼 느껴진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오트밀크 한 잔을 주문해 컵을 손에 쥐고 에삐를 함께 먹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단단해진다. 그곳에서 나는 여러 번 ‘괜찮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빵집의 따뜻한 공기와 버터 향은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아침에 이곳에 들러 작은 빵 하나와 음료를 마시면 하루의 시작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사장님과 나눈 짧은 대화도 하루의 위안을 더했다.
한양동식당 — 제주 제주시 용금로 501 한양동뷔페
제주에서 유명한 뷔페식당이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가지 않으면 긴 줄을 서야 한다. 관광객도, 지역 주민도, 유명인도 뒤섞인다.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직하다. 그 집에서 나는 제주의 부지런함을 배웠다. 뷔페에서의 경험은 공동체의 일상을 엿보는 시간 같았다. 사람들은 각자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정직한 한 접시를 채운다. 그 풍경은 여행의 낭만이 아닌 삶의 체온을 느끼게 했다.
홍성방 — 제주 서귀포시 하모항구로 76
중국집이지만 단순히 ‘맛집’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사장님의 후한 인심과 서비스가 식사의 절반을 채운다. 단품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고, 여러 명이 가서 세트로 시키면 더 좋다. 그곳은 배보다 마음이 더 불러지는 곳이었다. 가끔은 혼자 찾아가도 충분히 위로받는 식당들이 있다. 그곳에서의 식사는 음식 그 자체보다 사람의 온기가 더해져 완성된다.
자운당 문화카페 — 제주 서귀포시 신영로 128-1
아무 때나 간다고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아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겨우 사장님을 만났다. 사장님이 직접 만들어 주는 ‘짜이차’는 향이 깊고 따뜻하다. 그 차 한 잔을 마시며, 나는 기다림이 때로는 보상이라는 걸 알았다. 기다림의 미학은 제주에서 자주 만나는 풍경이다. 일정에 얽매이지 않게 스스로를 내어놓을 때 얻는 것들이 있다. 그 기다림은 차 한 잔의 온기가 되어 돌아왔다.
대도식당 — 제주 서귀포시 솔동산로22번길 18
김치복국 맛집이다. 오픈런을 하지 않으면 매진으로 먹기 어렵다.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그 국물을 마실 때마다 속이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한 그릇의 국이 주는 위안은 작지 않다. 외로운 날, 바른 국물 하나로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제주의 맛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오래 남는다.
음식에 대한 기억은 사람과의 관계와도 연결된다. 단골이 되면 사장님이 반갑게 인사해 주고, 새로운 메뉴가 생기면 먼저 권해준다. 그런 소소한 정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나는 지금도 때때로 그때의 맛을 떠올리며 작업을 한다. 음식과 풍경, 사람의 기억은 서로를 불러내며 내 삶의 조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