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인테리어 사장이 도망갔다

by 최윤정

카페를 열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그 공간이 ‘제주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주스러움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현무암과 나무, 그리고 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느낌을 원했다.


내가 원하는 감각은 단순했다. 투박한 재료가 억지스럽지 않게 놓여 있고, 시간의 흔적이 아늑하게 드러나는 그런 곳. 그러나 현실은 사진과 계획과 예산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타협의 연속이었다. 다시 인터넷을 뒤졌다. 블로그에 현무암 돌담 시공 사진을 올려둔 인테리어 업자를 발견했다. 사진은 훌륭했고, 후기도 나쁘지 않았다.


실물이 사진과 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도, 나는 공사를 맡겼다. 공사는 시작됐다. 먼지가 날렸고, 바닥은 뜯겼고, 벽은 반쯤 부서졌다. 공간이 해체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동시에 설렘과 불안을 느꼈다.


공사가 절반쯤 진행되었을 무렵, 연락이 끊겼다. 사장은 오지 않았다.


가슴은 얼어붙는 것처럼 요동쳤다. 이미 겪어본 신뢰를 잃은 일이 또 반복되는 기분이었다. 섬의 다양한 연줄들이 때로는 보호막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무책임함을 은폐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다행히도 대금을 전부 지급한 상태는 아니었다. 남은 공사는 그 인테리어 사장에게 받을 돈이 있던 다른 업자들이 도와주었다. 그들은 호탕했고, 일은 빨랐다.


공사 중 카페


그들의 손길로 조금씩 공간은 다시 모습을 찾아갔다. 내가 상상하던 조합들은 아니었지만 천천히 제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나에게 단단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 섬에서는, 내가 더 단단해져야겠다고.


단단해진다는 말은 단지 감정적으로 강해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계약과 예산, 공정표를 꼼꼼히 챙기고, 주변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더 명확히 하는 습관을 기르는 일이기도 했다. 작은 방어막을 하나둘 세우는 일. 그것은 자유를 위한 준비처럼 느껴졌다. 섬은 때때로 너그럽지만, 때때로 무심했다. 나는 그 무심함 속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한 내 규칙을 만들어갔다.


공사 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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