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웠던 그녀의 시선
요가를 끝내고 오니, 도미니크가 우붓에 도착했다. 도미는 모나와 다른 친구 두 명을 더 데리고 온다고 했다. 도미가 알려준 식당으로 가보니, 모나 옆에는 피부가 하얀 여자애가 앉아 있었고, 도미 옆에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여자애가 앉아 있었다. 나는 까무잡잡한 여자애와 모나 사이에 앉았다. 모나가 새로운 두 명을 어제 파티를 놀러 갔다가 알게 되었다고 했다.
"안녕. 나는 사미라야. 스웨덴에서 왔어."
동남아인처럼 보였는데 유럽인이었다. 사미라는 검정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그녀는 우붓에 먼지가 너무 많아서 벗을 수가 없다며 식당 안에서도 착용하고 있었다. 사미라는 입을 가린 채 말을 계속했다. 정적을 용납하지 않았다. 1분 1초를 말로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호스텔 사장님 칭찬부터 내일 떠날 우붓 투어, 6개월 간의 여행 이야기 등등 그녀의 대화 주제는 끊이질 않았다. 도미의 표정이 점점 찌푸려졌다. 내일 도미가 저 세명과 함께 우붓 투어를 한다고 했는데.
"사미라. 우리 꼬치 시켜서 같이 나눠먹고 싶은데, 너도 먹을 거야?" 도미가 물었다.
"아니. 나 비건이어서. 스프링 롤만 먹으려고."
"그러면 유니 하고 자리 좀 바꿔줄래?"
나와 자리를 바꿔 앉은 사미라는 가장 먼저 나온 스프링 롤 4개를 먼저 다 먹었다. 그 후에는 돼지고기 덮밥을 먹고 있는 내게 내내 말을 걸었다. 나는 배가 너무 고파서 밥도 먹어야 했고, 대답도 해야 했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너는 한국에서 무슨 일해?"
"나는 전에 제조업체에서 일했고, 지금은 일 그만두고 여행하고 있어."
"와. 그랬구나. 나는 제약회사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일하고 있고, 6개월 동안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휴가를 낼 수 있어?"
"글쎄. 이런저런 이유로 오래 할 수 있어. 그래도 회사는 나를 자르지 못하거든."
"와. 부럽다."
"그런데 넌 왜 우붓에 온 거야?"
"나는 요가하러 왔어. 오늘도 요가 3 클래스 듣고 왔어. 4시간 30분 동안 들어서 나 지금 너무 배고파."
"너 대단하다. 나도 요가 진짜 좋아하는데. 그런데 너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해? 내가 만났던 한국애들은 영어를 못했어."
"음. 글쎄. 다들 기본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는 될 거야. 한국에는 유치원부터 대학교 때까지 영어를 배우거든. 그런데 자신이 영어로 말한 문장이 틀릴까 봐 말을 아끼는 것 같기도 하고. 평소 안 쓰던 언어라 어색할 수도 있고. 외국인과 대화하는 게 부끄러울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야. 나는 내 문장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아. 나는 뻔뻔한 면이 있어. 그냥 일단 뱉고 말아."
"맞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뭐라도 말하는 게 나아. 해야지 늘고, 하면서 배울 수 있는 거잖아."
"맞아. 나도 이주 전보다 엄청 늘었어. 내가 잘 못해도 애들이 알아서 잘 들어주더라고. 너처럼"
"너 태닝 했니?"
"응. 나 태닝 했어. 나는 너 같은 피부가 되고 싶어. 더 까매지고 싶어."
"왜? 한국애들은 하얀 피부를 더 선호하지 않아?"
"응. 대부분 그렇긴 한데. 나는 예전부터 어두분 피부가 멋있다고 느껴져서, 꼭 태닝 해보고 싶었어. 여기 와서 드디어 했네."
"그래. 너 조금만 더하면 내 피부색 되겠다. 아. 우붓에 한국애들 진짜 많이 보이는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응. 나 여기서 들어간 상점마다 한국인 봤어."
"왜 이렇게 우붓에 많이 와? 다른 도시보다 유난히 많이 오는 거 같아."
"요즘 우붓이 한국에서 유행이거든. 특히, 정글 속 호텔 수영장에서나 그네를 타고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많이 올리지. 그리고 요즘 건강, 자연이라는 주제로 여행을 하려고 하는 거 같아. 우붓에 요가원도 많잖아."
"그래? 그런데 여기 요가원 갔을 때 나 한국애들 한 명도 못 봤는데?"
"아. 그러네. 나도 오늘 갔을 때 못 보긴 했다."
"한국 여자들은 왜 다 두 명씩 다녀? 나 혼자 여행하는 한국애는 네가 처음이야. 그래서 네가 흥미로워."
"그래? 요즘 혼자 다니는 애들 많은데. 어딘가 있을 거야. 그리고 혼자보다 둘이 다니면 덜 심심하잖아. 나는 같이 갈 친구가 없어서 혼자 왔어."
내가 꾸따로 갔다가 다시 우붓으로 온다고 하니, 그녀는 자기 호스텔로 오라며 홍보했다. 지금 방 하나가 남아 있었던 거 같다며, 그 방을 예약하고 가라고 했다. 호스트가 너무 친절하고, 매일 맛있는 조식을 만들어 주고, 요즘은 자신에게 요리하는 법도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방에는 주방도 있고, 방도 넓고, 천장도 높아서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했다.
"너 홍보 정말 잘한다. 너 호스텔 한번 가서 구경하고 싶네." 그녀가 6개월 동안 휴가를 내도 잘리지 않는 이유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래? 그러면 이따가 우리 집 같이 가보자."
나는 그렇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엉겁결에 그녀의 집에 따라갔다. 큰 대로변을 걷다가 골목으로 들어갔다.
"가는 길이 조금 어둡긴 한데. 여기 다 현지인들 사는 사람들이고, 여기는 사원이 있고, 이 길만 이렇게 핸드폰 플래시 키고 가면 아무 문제없어."
나는 나보다 작은 그녀의 팔짱을 꼭 끼고 어두운 골목길을 걸었다. 꽤 걸어 들어가니 그녀가 자기가 사는 집이라며 멈추고 문을 따고 들어갔다. 5채 정도의 집이 마당 하나를 두고 있었다. 정말 크고 쾌적했다.
"주방과 식탁이 야외에 있어. 그래도 벌레가 없어서 괜찮아."
그녀가 차와 과일을 내게 대접하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자신에 집에 방문한 첫 손님이라고 했다. 영광이었다. 그녀는 집에서는 마스크를 벗었고 또 쉴 틈 없이 말을 했다.
"사실 우리 부모님이 방글라데시 사람이야. 그래서 내가 이렇게 작고 까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가족적이고 함께 나누는 걸 좋아하는데. 스웨덴 사람들은 딱 선을 그어. 개인주의적이야."
"그렇구나. 한국은 공동체를 중시하지. 함께하는 걸 좋아해."
"대부분 아시아 국가를 그런 거 같아. 너네 한국인들은 참 잘 꾸미는 거 같아."
"맞아. 좀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긴 해. 그래서 내가 20kg짜리 캐리어를 끌고 왔어."
"와. 나는 6개월 동안 여행하는데 10kg 안돼. 너 너무 많긴 하다."
"웅. 이번 여행 통해서 여행은 간단하게 다녀야 한다는 걸 배웠어. 그리고 무조건 백팩 메고 다닐 거야. 길도 불편해서 캐리어 끄는 게 힘들더라고."
"글쎄. 나는 한 번도 여행할 때 백팩 멘 적 없는데? 나는 캐리어 끌고 50여 개 국가를 돌아다녔어."
"뭐? 안 불편했어?"
"응. 내 가방은 백팩으로 쓸 수도 있는데. 나 그냥 캐리어로만 끌고 다녔어. 너 왜 동양 애들이 백팩 안 메는지 알아?"
"왜?"
"내 생각에는 몸집이 유럽 애들보다 작아서 그래. 유럽 애들이 크니까 큰 백팩을 메는 게 어렵지 않지. 동양 애들은 캐리어 끄는 게 더 편할 거야. 나도 그렇고. 그래도 중국, 일본, 한국인들은 짐이 너무 많아."
"하하. 맞아. 어쩌다 보니 가방도 4개나 들고 왔어."
"과하긴 하네."
그녀는 인스타그램도 페이스북도 어떠한 SNS를 하지 않았고, 오로지 왓챕만 사용했다.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이 싫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사는 도시가 어딘지 알려달라고 했고, 구글맵에 표시를 해두었다. 나를 사진으로 매일 보지 못해도, 이렇게 구글맵 보면서 종종 나를 떠올리겠다고 말했다. 평생 만난 한국인 중에서 처음으로 하나도 부끄러움을 타지 않은 한국인이 어디 사는지 잊지 않겠다고 했다. 꾸따 다녀와서 우붓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나는 내 숙소로 향했다. 나는 사미라는 더 알고 보니 괜찮아서 다시 만나고 싶어 졌다. 그런데 이렇게 밤길이 무서운 숙소는 별로라서 묵고 싶지 않았다. 뭐든 겪어봐야 알 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