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jak Oct 04. 2023

뚱뚱하지 않다면, 많이 좋을 것 같아.

모든 것은 2년 전에 들이닥쳤다. 

나이에 비해 어려보인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던 편이다. 

(그래봤자 뭐 생물학적이나 법적이나 그 나이가 어디로 가진 않지만)     


그러나 2년 전부터 노화의 모든 것이 한 방에 찾아왔다. 몇가닥 없던 새치가 한꺼번에 왕창 생겨서 앞머리가 하얘졌고, 미간에는 내 천(川)자 주름이 골을 만들었다. 그리고 노안이 왔다. 핸드폰의 글씨가 안보이는 것이다. %&!#^*???   


그리고 그때 부터였다. 포인트 적립하듯 차곡차곡 살이 찐 것도.

처음엔 2-3kg 정도 찌더니 현재 2년전 대비 10kg이상 살이 쪘다.


몸무게의 앞자리가 바뀌고, 맞는 바지가 없어졌으며 원피스를 입었더니 임산부로 오해를 받는다. 상체에 비해 다리가 가는 편인데, 상체를 지탱하기 힘든지 무르팍이 아팠다.    

  

그 와중에 빈혈을 앓았고, 고혈압 환자가 되어 약을 먹어야 한다.     

오늘도 한 달 분 혈압약을 받으러 내과에 가야 하는데, 이만저만 귀찮은 일이 아니다.

갈때마다 의사선생님은 꼭 묻는다.     


“숨이 차거나 특별히 몸이 붓거나 한 건 없죠?”

“점점 몸무게가 늘기는 해요. 부은 걸까요?”     


선생님은 내 얼굴을 빤히 보고 손도 한번 내려다 본다.      


“운동 하시죠? 유산소 위주로 운동하세요.”     


<제가 태어나서 요즘처럼 움직인 적이 없는데요?> 하며 한껏  뾰루퉁해 지지만, 뾰루퉁해 봤자 귀엽지도 않고, 그저 진상환자로 찍힐까봐 마음 속으로만 삼킨다. 맘 같아서는 ‘식욕억제제’ 처방을 요청하고 싶지만 부끄러워서 참는다.  (오늘은 가서 요청을 해봐???? 아, 부끄러....ㅠㅠ)


   



무엇하나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없어서 수시로 허탈해지는데는 뚱뚱한 내 몸도 한 몫 하는 듯 하다. 아프지만 않으면 된다고 마음을 잡곤 하지만, 볼때마다 화가 나서 살을 쥐어뜯고 싶은 울화는 어쩌란 말인가.     


뚱뚱하지 않다면, 많이 좋을 것 같아. 

지금보다는 행복할 것 같아.      




추석 연휴에 느즈막이 할머니 산소에 갔었다. 

빛바랜 꽃을 치우고 새 꽃으로 갈고, 간단히 술을 한잔 올렸다.     


“할무니, 손녀딸이 무르팍이 아파서 절은 못하겠어. 내년에 절 받고 싶으면 손녀딸 살좀 빠지게 해줘요.”   

  

옆에 서 있던 엄마가 한 마디를 보탠다.


“조상한테 빌지 말고, 이것저것 먹지를 말든가.”          


단식원에 가야 하나? 결단이 필요할 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력감 앞에서 죽을 수는 없으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