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모습 vs 옆모습

by Eugene

서강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연구원인 현우씨는 나보다 2살 많은 엄마 친구 아들 코스를 제대로 밟은 (실제로 엄마 친구 아들이었다) 남자였다. 엄마는 사교성이 좋은 편은 아니나, 좋은 사람이라 주변에 그녀를 좋아하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 덕에 그녀의 딸인 나는 가끔 이렇게 엄친아들을 소개받는다.


현우씨와 나는 오후 6시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 시각에 늘 조금 먼저 가는 게 습관이 된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10분 일찍 도착했다. 입구가 여러 곳인, 조금은 특이한 구조의 건물에 위치한 그 레스토랑은 반지하쯤에 있었다.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그곳에 도착했고, 그는 승용차를 이용해서 왔기 때문에 그는 지하에서 올라왔고, 나는 1층에서 내려갔다. 그 중간 어디쯤에서 마주치고 첫인사를 나누었다.


현우: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찾는 덴 어렵지 않으셨어요?”

나: “네, 여기 구조가 특이하네요.”


선을 보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레스토랑 직원들에게 들키기 싫은 사람들처럼 그와 나는 어색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예약한 테이블로 안내받고 자리에 마주 보고 앉았다. 앉은 후에 정면으로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흰 얼굴, 무쌍에 눈 밑에 점이 있고 마른 체형을 가진 그는 배우 조승우를 얼핏 닮은 듯했다. 그가 예약한 저녁은 스테이크와 파스타가 메인 요리로 포함된 코스 요리였다. 마른 체형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음식을 남기지 않고 꽤 잘 먹었다. 그와 나는 서로의 취미 공유와 자라온 동네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2시간 정도가 흘러, 마지막 코스였던 차까지 다 마시고 나니, 말과 말 중간에 입에 넣을 음식이 없어져 왠지 어색해졌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현우씨는 “그럼 이제 그만 일어날까요?”라고 먼저 말했고, 그와 나는 그곳에서 나왔다. 그는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하면서 차로 가자고 했다. 처음 만난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차를 타러 가는 동안 나는 자주 그의 차가 무엇일지 상상해본다. 상대방의 이미지와 맞는 차를 혼자 매칭해보는 게임을 하는 것이 꽤 재밌기 때문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 게임을 하며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 마른 체형, 배우 조승우를 닮은 외모, 댄디한 옷 스타일과는 조금 매치하기 힘든 빨간색 볼보 s60이 그의 차였다.


그의 차에 올라타서, 그는 나에게 집 주소를 입력해달라고 했고, 내비게이션에 찍고 나의 집을 향해 달렸다. 차 안에서는 미디움 템포의 기분 좋은 가요가 나오고 있었고, 댄디한 느낌과는 다르게 차 곳곳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의 차량용방향제들이 즐비했다. 두리번거리는 나를 보고 민망했는지 그는 먼저 이실직고하듯, “아, 제가 귀여운 걸 좀 좋아해서요.”라고 말했다. 나는 “귀엽고 웃긴 건 진리죠.!”라고 받아쳤다. 귀여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며, 창밖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런데, 저녁 식사 자리에서 보았던 조승우의 얼굴은 그의 옆모습에서는 찾기 힘들었다. 순간, 앞모습과 이미지가 너무 달라서 힐끔힐끔 다시 그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그의 옆모습을 보면서 나는 같은 사람인데도 이렇게 앞모습과 옆모습이 다를 수가 있구나,를 생각했다. 그의 옆모습이 앞모습과 현저히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옆모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마의 뽕에 있지 않을까라고 스스로 결론 내렸다. 현우씨의 옆모습을 다시 관찰할 기회는 그 이후에 없었지만, 그를 만난 이후로 나는 처음 만난 사람의 앞모습과 옆모습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교 때부터 약 15년간 미국에서 살다가 들어 온, 지금은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본인 사업을 하는 다니엘을 만났다. 나의 조카와 영어 이름이 같아서 왠지 정이 갔던 그는, 나보다 5살이 많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남자였다. 유난히 봄날 같았던 어느 겨울 저녁에 그와 만나기로 했다. 건강관리에 철저한 그는 100% 메밀로 만든 메밀국수를 먹자고 했고, 만나기 전에 이미 통화를 통해 친해졌던 터라, 나는 첫 만남에 메밀국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역시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지하철역 앞에서 그를 기다렸고, 그가 나를 픽업하여 국숫집에 함께 가기로 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던 그의 목소리, 그의 성격을 말미암아, 나는 그의 차 맞추기 게임을 또 하고 있었다. 전화가 걸려오고, 흰색 닛산 370Z가 내 앞에 섰다. 컴팩트하고 세련된 차 일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잘 빠진 스포츠카가 내 앞에 서니, 왠지 내가 옆자리에 타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그의 차는 타는 것부터 어렵고 낯설었다. 좌석이 낮아서 거의 땅에 붙어 달리는 느낌이었다. 조금만 빨리 달려도 엄청 속도감이 느껴졌다. 어쨌든, 그와 나는 내가 차에 타자마자 주차 공간과 국숫집을 찾느라 서로 바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옆모습을 관찰할 타이밍을 놓쳤다. 그렇게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려 제대로 인사를 하고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봤다. 예상했던 얼굴보다 더 깔끔했고, 어려 보였다. 계란형의 얼굴에 펌을 한 머리, 무쌍의 그는 약간 공룡상이었다. 연예인 누군가가 떠오르진 않았지만, 꽤 괜찮은 외모였다. 첫인상 합격.을 속으로 외치고, 가기로 한 메밀국숫집으로 향했다. 찾아간 국숫집은 공사 중이라 휴무 상태였기에 대신 근처 고깃집에 갔다. 건강관리에 철저한 그는 목살을 먹자고 제안했다.


다니엘은 고깃집에서 나오는 많은 반찬을 나에게 먼저 떠 주고, 고기도 잘 구워 잘라서 내 접시에 놔주었다. 또한, 다정한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말끝마다 “Isn’t it?”을 연상시키는 “그렇지 않아?”라는 확인과 동의를 구하는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 외에 그의 말들은 꽤 달달했다. 고기를 건강하게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갔다. 그곳에서 그와 나는 갑자기 사주 이야기를 하다가 스마트폰 앱으로 서로의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궁합을 보기까지 했다. 그 모습이 서로의 조건을 보고 나온 선 자리에서 마치 사랑을 찾으러 나온 것처럼 흉내내는 성인들이 아닌, 꽤 솔직한 성인들의 모습인 것 같아서 쿨해 보이기까지 했다.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와 나는 우산이 없었기 때문에 빗줄기가 굵어지기 전에 자리에서 서둘러 일어섰다. 달려서 그의 차에 도착했다. 엄청 낮은 그 스포츠카를 다시 타고 그는 나의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이제는 제대로 그의 옆모습을 관찰할 타이밍이었다. 만난 장소에서 나의 집까지 차로 약 20분이 소요되는 시간 동안, 나는 그의 옆모습을 흘끔흘끔 관찰하기 시작했다. 현우씨와는 다르게, 그는 옆모습이 앞모습보다 더 훌륭했다. 그의 이마는 볼록했고, 이마에서 내려오는 콧날의 각도도 멋있었다. 자꾸 얼굴을 돌려 보고 싶게 하는 옆모습이었다.


현우씨처럼, 안타깝게도 다니엘의 옆모습과 앞모습의 비교 관찰을 할 기회는 그 이후에도 없었다. 하지만, 이 두 명의 첫 만남을 통해 나는 이성의 앞모습과 옆모습 중 어느 모습이 더 괜찮은 사람에게 끌리는지 연구하게 되었다. 그 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아서 내 취향이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므로 그 연구의 밀도를 위해서 앞으로 만날 그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