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자주’가 되기 위해

by Eugene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당신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이런 인사를 나누었는가? 한 회사에 오래 다니거나, 혹은 주로 혼자 업무를 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런 인사를 할 일이 드물 것이다. 그러나 프리랜서이며, 비교적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이 많은 나는 이런 인사와 가까이 지낸다. 다시 말해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적당한 기대와 긴장감을 자주 경험하는 셈이다.


더욱이,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결혼적령기라 불리는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나이를 지나오면서부터는 ‘처음 만나는’ 사람의 성별이 남성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꽉 찬 30대 중반이 되어버린 2019년, 올해의 ‘처음 만난 이성’은 열댓 명 정도이고, 그 중,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 된 인연은 두 명이었다. (심지어 첫 만남을 위한 연락 도중, 만남을 관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온라인 상에서만 만난 사람도 있었다. (사진으로만 눈을 마주친 이 만남을 과연 만났다고 할 수 있을까? 헷갈리지만 요즘은 다양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통해서 이렇게 쉽게 만나고 헤어진다)


나는 흔히 금사빠[1]라 불리는 인간 유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만난 사람이 내가 사랑에 빠지는 조건들을 많이 갖고 있으면 그 날, 사랑에 빠질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이것이 나의 치명적인 단점인데, 사실 이럴 경우는 35년을 살아오면서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단점이라 부르지 않겠다.


‘처음 만나는’ 경험을 자주 하다 보면, 그 만남에서 오늘이 끝일지, 아닐지 감이 온다. 얼마 전 처음 만난 남자도 그랬다. 대화는 즐거웠고, 매너까지 좋았다. 인천에 위치한 공기업에 다니며 혼자 살던 그 남자는 헬스 기구들만 따로 둔 방이 있을 정도로 큰 집에 사는 듯했다. 그리고 그런 자유로움과 안락한 라이프를 당분간은 유지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와 내가 만났던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내일은 뭐 하세요?”라고 그가 나에게 물어보았지만 (내일 나랑 만날래요? 의 의미가 내포된 말이 아닌) 정말 안부를 묻는 것 같은 말일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별일은 없지만 바쁠 것 같네요?”라고 질문인 동시에 대답을 하듯, 애매하게 말했다. 다시 만날 생각이 없는데 이런 질문을 하는 그의 말에 알량한 나의 자존심이 개입된 대답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정중한 거절처럼 들리기를 바랐다.


나의 촉은 적중했다. 매너 좋은 그 남자는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는 만나서 반가웠다는 정중한 메시지를 날린 후,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연락이 오기를 바라지도 않았지만, 막상 나의 촉이 정확하게 맞으니 이 뻔한 결말의 게임이 허무해졌다. (아니, 어쩌면 이 뻔한 결말의 반전을 원하기나 했나?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이 게임이 허무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나는 좀 더 얄밉고 부지런해져야 한다. 비록 그가 나의 금사빠 대상이 아니더라도, 꽉 찬 40세가 되기 전에 적어도 나는 ‘처음 만난 이성’이 ‘자주 만나게 되는 이성’으로 변화하길 원한다. 이를 위해 난 앞으로 이런 노력을 해보려 한다.


- 첫 느낌, 첫인상에 현혹되지 않되, 내가 싫어하는 행동이나 말투 등을 발견했을지라도 모르는 척 넘어가거나 아예 그것을 보지 않을 것.

- 마치 영어를 하는 자아처럼, 짧고 서투른 하이톤의 음성으로 상대와 대화할 것.

- 이런 전략으로 (말뿐인) “주말에 뭐 하세요?”가 아닌, (데이트를 원하는 마음이 내포된) “주말에 뭐 하세요?”라는 질문을 얻어낼 것.


[1]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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