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y Chapman의 “Fast Car”
영화 『Eat, Pray, Love: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고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이라는 곳에 꼭 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가게 된 그곳에서 박제된 노래가 있다.
2015년 초여름, 나와 취향이 비슷한 친구 채블리와 그 곳에 갔다. 우린 신혼부부도 아니면서 우붓에서 4일을 보냈다. 돈이 많았더라면, 아니면 신혼부부였더라면 시설 좋은 리조트에 쭉 머물렀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이틀은 리조트에, 이틀은 조금 저렴한 호텔에 묵었다. 창을 열면 열대 우림 식물들이 우거진 정원이 있던 리조트. 그리고 리조트의 인피니티 풀에 풍덩 하고 들어가면 앞에는 밀림 풍경이 보였다. 수영장 끝 난간에 몸을 둥둥 띄우고 멍하니 밀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화가 고갱의 작품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
해가 중천에 있을 시간에, 수영장을 가기 위한 채비를 하며 아이팟의 음악을 셔플로 재생했다. 마침 첫 곡으로 Tracy Chapman의 “Fast Car”가 나왔다. 함께 간 친구, 채블리는 이 음악이 재생되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란 나는 “왜? 무슨 일이야?”라고 걱정스레 물었고, 그녀는 “너무 좋아서!”라고 대답했다. 알고 보니, 그녀에게 이 노래는 추억이 깃든 음악이었고, 특정 순간과 기억이 박제된 곡이었다.
그녀에게 이 곡은 캐나다 토론토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우붓의 풍경이 탑재된 노래가 될 순간이었다. 우연히 나온 나의 플레이리스트가 특정한 순간을 영원히 담아 준 역할을 한 것이다. 물론, 곡 자체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타이밍이 아주 훌륭했다.
“So I remember we were driving, driving in your car. (당신 차에 타서 함께 드라이브하던 것을 기억해요.) Speed so fast it felt like I was drunk.(술에 취한 느낌처럼 빨리 달렸죠.) City lights lay out before us and your arm felt nice wrapped round my shoulder. (도시 불빛은 우리 앞에 비추었고, 당신의 팔로 나의 어깨를 감싼 그 기분이 너무 좋았죠.) And I had a feeling that I belonged. (내가 당신에게 소속된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I had a feeling I could be someone, be someone, be someone.(나도 당신의 누군가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누군가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요.)” [1]
곡 전체의 내용은 다소 부정적이지만, 적어도 이 부분의 가사만 들으면 설렌다. 누군가에게 소속된 것 같은 느낌. 그 느낌만큼 짜릿하고 설레는 기분이 있을까? 연인 관계 뿐 아니라, 친구 사이에도 그런 기분은 엄청난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해 준다.
채블리와 나는 단지 영화 『Eat, Pray, Love: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본 후 우붓을 가고 싶어 했고, 그곳에서 우연히 들은 이 노래 하나로 서로의 강한 기억을 떠올리고 만들어내며 행복해했다. 바다가 있는 도시에서 태어난 그녀와 바다를 언제나 사랑하는 나이지만 밀림이 우거진 이곳, 우붓에서 서로 각자의 기억으로 행복을 느꼈다면 때론 바다보단 밀림을 택할 만 하다. 우붓의 뜨거운 태양과 반짝이던 밀림의 잎들이 박제된, 나의 노래 “Fast Car”. 올여름, 그와 비슷한 태양이 다가올 때 꺼내 들어야겠다.
*개인적으론 앨범에 수록된 버전보다, 라이브 버전을 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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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88년 트레이시 채프만이 발표한 앨범 중, “Fast Car”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