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일대의 고민 중 하나.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이 어려운 선택을 쉽게 해결해 주었던 획기적인 메뉴는 바로 2000년 즈음 신사동의 한 중국집에서 선보인 ‘짬짜면’이다. 이 메뉴는 온 국민의 메뉴 고민을 해결해 주었고, 나 역시 그 당시 중국집에 갈 때면 자주 먹었다. 그런데 어쩐지 짬짜면은 단품 메뉴를 먹을 때 와는 다른 맛이 나는 것 같기도,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해서 (그리고 가끔은 그 두 개가 섞여서 이도 저도 아닌 이상한 맛이 나기도 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다시 여러 번의 고민 끝에 짜장면을 먹거나, 짬뽕을 먹게 되었다.
언젠가 중국집에서 ‘짬짜면’이라는 메뉴를 보다가, 문득 이 메뉴가 우리나라, 대한민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서구 문화를 심히 좋아하는 듯 보이는 이 나라는 전통을 지킬 생각은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오래된 우리의 것들은 부수고, 새롭다고 생각되는 것들, 혹은 과거의 것보다 좋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마구 짓고, 유입한다. 이를테면, 한국의 결혼식 문화가 그렇다. 대부분의 신랑 신부는 서양의 문화를 따라 턱시도와 흰 웨딩드레스를 입는다. 조금, 아니 많이 이상한 것은 그들의 부모들은 한복을 입고 있으며, 그들에게 인사를 할 때는 절을 올린다. 믹스의 최고봉이다. 이는 한국 전통 결혼식도 아니고, 서양문화를 따르는 결혼식도 아닌, 즉, 이도 저도 아닌 짬짜면 같은 맛이다. 결혼식의 분위기는 또 어떤가? 미국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서양인들의 흔한 결혼식은 파티에 가깝다. 모두가 춤을 추고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든다. 한국의 결혼식에서는 축가를 부를 때는 신이 나서 박수를 치다가, 갑자기 사회자가 신랑-신부 부모님에게 맞절을 시키면 눈물바다의 신파극이 펼쳐진다. (아마 한국 결혼식의 킬링 포인트를 이 때로 설정한 것처럼) 마치 빠른 시간 내에 장르를 넘나드는 아침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이상한 짬짜면 문화는 도시 외곽에 위치한 모텔 건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자식들이 대부분이고, 그래서 마땅히 섹스할 곳이 없는 대한민국의 많은 커플은 모텔을 찾는다. 사랑을 나눌 장소가 없는 그들을 위해 ‘대실’이라는 특이한 옵션도 생겨났다. 그리고 특별한 그 순간을 보다 환상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마냥 모텔들의 외관과 내부는 더 환상적이다. 그리스 신전을 방불케 하는 건축 디자인, 모네가 튀어나올 것 같은 연꽃 모양의 욕조와 침대를 소유하고 있는 곳들. 이곳에 가면 한국도 아니고 그리스도 아닌 제 3세계에 와 있는 기분이 들 것이다. (이쯤 되면 이런 컨셉을 가진 모텔들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마치 이곳에 오면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특별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거라는 건가? 이런 의도라면 모텔 앞에 이런 슬로건을 내세워도 좋겠다.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방송 매체나 일상에서 쓰는 우리의 언어만 봐도 짬짜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방송인 조세호가 별로 친하지 않은 동료의 결혼식에 가지 않아서 붙은 별명인 ‘프로불참러’[1]는 이후 우리의 일상 속에서 ‘프로XX러’로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이 역시 이것저것 갖다 붙이기 좋아하는 우리 문화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이와 같은 짬짜면의 문화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급진적인 경제발전으로 인해 빠른 시간 내에 흡수한 서구문화는 우리나라에 기이하게 정착해 버렸다. 그런데도 나는 이런 이상하고 잡스러운 대한민국의 문화가 마냥 싫지만은 않다. 그저 웃길 뿐이다. 다만, 우리의 것을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되, 서구문화를 조금씩 적당히, 그리고 천천히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도 저도 아닌 짬뽕 국물에 섞여버린 짜장면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1] 영어로 전문가를 뜻하는 Pro + 불참 +‘무엇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을 합쳐 만든 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