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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gene May 02. 2021

Dear, Mr. Jang

수줍은 뉴요커

 선배님, 혼란스러운 시기에 잘 지내고 계신가요? 여전히 바이러스 확진자가 줄지 않고 있지만, 한국은 뉴욕보다는 예전 생활을 어느 정도 향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을 만나지는 못해도, 밖에서 식사할 수는 있습니다. 뉴욕은 여전히 레스토랑 안에서 식사를 못 한다고 들었어요. 많이 답답하시겠어요.


 얼마 전, 문득 선배님과 한겨울에 갔던 김치찌개 집이 생각이 났어요. 혼자 가서 먹을까 싶다가, 괜히 서러워질 것 같아서 관뒀답니다. 제 오지랖 덕에 타국에서 학교 선배님을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니, 괜히 저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네요.


 첫인상과는 다르게 무척 섬세하고 따듯한 마음을 갖고 계신 선배님 덕에 뉴욕의 마지막 기억이 따듯해졌던 것 같아요. 험난한 예술가의 삶을 먼저 살고 계신, (그것도 뉴욕이라는 경쟁 가득한 도시에서) 선배님께서 들려주신 솔직한 이야기들과 충고 덕에 어쩌면 지금까지 견디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언제까지 잘 견뎌낼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때마다 학교 선배이시기도 하지만 작업 선배로서 해주신 말들, 잘 꺼내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고 경험치가 쌓이면서, 처음 만난 사람이어도 그 사람이 어떤 눈빛과 마음을 가졌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이 되는데요. 일면식도 없던 까마득한 후배를 생뚱맞게 만났어도 반갑게 맞아주시고 성심성의껏 앞날을 충고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선배님을 처음 만났던, 정신없던 42번가의 Dean& Deluca에서 ‘인상은 험악해도 이 사람은 앞으로 편하게 내가 믿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언제, 어디서 만나든 조금은 쑥스럽지만 반가움의 허그와 헤어짐의 허그를 잊지 않으시는 뉴요커 선배님. 바이러스가 물러가고 모두가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면 그땐 더 반갑게, 꼬-옥 안아주세요.


 선배님과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뜨듯한 김치찌개 함께 먹을 날을 학수고대하고 있겠습니다.


              2021년 4월, 까마득한 후배 Eugene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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