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미술도서관
최근 종영한 드라마 『그 해 우리는』(2021)에 국연수(김다미)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곳으로 등장했던,
<의정부 미술 도서관>은 미술과 책을 사랑하는 세계적 보이그룹 BTS의 RM(김남준)이 다녀가서 더 이슈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미술’ 콘텐츠를 앞세워 ‘공공’도서관을 지은 경우는 처음이라 더욱 궁금했던 공간이었다. 문화예술을 이슈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대기업 현대에서 운영하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를 제외하면 어쩌면 이 정도 규모의 미술 도서관은 대한민국에선 이례적인 셈이다. 그만큼 대중들에게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도서관과 미술관을 융합한 형태를 갖춘 <의정부미술도서관>은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준공건축물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지역사회의 도서관’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교육과 문화 등을 융합함으로써 미래의 도서관 문화를 이끌고자 하며, 요즘 트렌드를 반영하여 ‘자연’을 품은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1층으로 들어서니, 전면 유리로 되어있는 큰 창에서 한낮의 빛이 반짝이며 들어오고 있었다. 유리를 통해 보이는 공원의 풍경과 창을 반영하는 그리드 모양의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자는 굳이 책을 보지 않아도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듯했다. 그 앞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풍경으로 보일 상상을 하니, 봄이 오면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RM이 앉았다 갔던 그 자리에 잠시 앉아서 두리번거리니, 중앙에 있는 나선형 계단이 유독 눈에 띄었다. 3층까지 연결된 이 계단은 도서관 전체를 연결해 주는 중심축이며, 도서관 내의 미술관과 수많은 책과 공간들을 연결시켜주는 브리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보유한 책의 40%가 예술 관련 서적인데, 특히 국내 공공도서관에서는 보기 힘든 서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미술 애호가들은 눈이 휘둥그레 질 것임이 분명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책은 내가 사랑하는 화가이기도 한,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A Bigger Book”.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호크니의 전시를 보고 소장하고 싶었던 책이었다. 가격이 비싸서이기도 하지만, 9000부 한정판으로 제작되어 국내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책인데, 도서관 1층 로비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어서 들어가자마자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의 집 거실에 이 책이 놓일 날을 상상하며, 행복한 발걸음으로 도서관을 두리번거렸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의 특이점은 고요하게 홀로 앉아 좋아하는 책을 필사할 수 있는 “필사의 숲”이라는 공간과 지역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공간인 “아티스트 스튜디오”가 있다는 점이었다. 복합문화공간, 도심 속 휴식처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이곳의 설립 취지에는 부합되어 보였지만, 방문자 입장에서는 조금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다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회화 작업을 하며 다수의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다녀본 경험이 있는 필자의 경험상, 이렇게 많은 미술 서적에 둘러싸여 작업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일지는 몰라도, 너무 오픈된 공간에서는 솔직한 작업이 나오지 않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는 당사자(아티스트)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세련된 건축 디자인에 비해 사이니지(Signage)의 글씨 폰트가 촌스러웠고, 너무 힘을 준 각양각색의 가구들과 화려한 색감의 카페트가 거슬렸다. 건축 디자인에 다양한 형태로 멋을 줬다면, 가구나 사이니지 등은 심플하게 보여줘도 괜찮지 않았을까?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여러 사람이 개입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도서관의 자태는 여러 부분에서 산으로 간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초 ‘미술’ 도서관이라는 콘텐츠만으로도 모든 것이 용서되는 곳, <의정부미술도서관>.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할 틈이 없는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