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란

시간에 관한 3곡의 음악

by 조작가

1. 시간은 이별


알란파슨스프로젝트(Alan Parson's Project)의 Time은 에릭 울프슨(Eric Woolfson)의 아름다운 피아노 터치로 시작하는 발라드 곡이다. 마치 연가 같은 이 곡은 자못 진지하고 심각하며 철학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 Time의 첫 소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네 / 시간이 나를 향해 손짓하네
(Time, flowing like a river / Time, flowing like a river)


시간은 강물처럼 속절없이 흘러만 간다. 그것은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 그냥 흘러갈 것이지 시간이 나에게 '안녕 잘 있어. 나는 간다. 쫓아오려면 쫓아오고 그냥 거기에 머물고 싶으면 머물러'라고 말하는 것 같다.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며 내 곁을 떠나면 많은 변화가 생긴다. 나의 육체와 정신은 쇠락해가 예전에 할 수 있었던 많은 것을 하지 못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도 막지 못한다. 그가 떠나든 내가 떠나든 하기 때문이다.


안녕 내 사랑(Goodbye my love) / 안녕 내 친구들(Goodbye my friends)

시간을 떠나보내며 사랑하는 연인과 친구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순간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날지는 아무도 모른다("Who knows when we shall meet again")


하지만 시간은 쉼 없이 달려 모두 바다로, 바다로 흐르듯 계속 흐른다. 영원히 끝날 때까지(But time keeps flowing like a river (on and on) to the sea, to the sea Till it's gone forever)


모두 떠나 버린 사람들은 언젠가는 바다에 한 데 모이는 것은 아닐까?


2. 시간을 붙잡고 싶지만


너무나 바쁠 때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여유로운 시간을 병에 담아 모아 두었다가 바쁠 때 쓰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이런 비슷한 생각을 조선시대의 한 여인이 시로 담았다.


동짓달 기나긴 밤의 한가운데 허리를 베어 내어
봄바람 이불 밑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고운 임 오신 날 밤이 되면 굽이굽이 펴리라

(원문)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춘풍 니불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세상에서 가장 긴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릴 때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다. 기다림의 시간을 빌려서 만남의 시간에 풀어내고 싶은 마음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짐 크로스(Jim Croce)는 시간을 병에 담아두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노래했다.

만약 시간을 병에 담아 모을 수 있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매일매일을 모아두는 일이죠 영원히 지나갈 때까지 당신과 그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If I could save time in a bottle. The first thing that I'd like to do Is to save every day. 'til eternity passes away. Just to spend them with you)


시간을 병에 담아 둘 수 없다면 시간을 정지해 버리는 방법도 있다. 시간을 정지해놓고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그것도 괜찮다. 영화 <데이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마블의 멤버가 위기에 처하자 퀵실버는 시간을 정지시켜 놓고 동료를 구한다. 이 장면은 내가 마블 시리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때 흐르는 음악이 짐 크로스의 Time In a Bottle이다. 하지만 정작 짐 크로스는 단 몇 분 몇 시간도 시간을 병에 담지 못하고 30살의 젊은 나이에 비행기 사고로 일찍 떠났다.


3.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따분한 하루를 만드는 순간들이 째깍째깍 흘러가지만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Ticking away the moments that make up a dull day. You fritter and waste the hours in an offhand way)


로저 워터스가 어느 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걸 깨닫고 그저 흘러가는 시간 앞에 서 있다는 걸 느끼고 만든 노래가 Time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데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인트로 부분의 시계 소리는 핑크 플로이드의 엔지니어인 알란 파슨스(비틀즈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의 엔지니어로 핑크 플로이드의 엔지니어로 있다가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를 만들어 활동한다)가 괘종시계를 한 군데 모아 시간을 맞춰놓고 한꺼번에 괘종 소리를 내서 녹음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런던 시내 골동품 가게를 돌며 인상적인 시계 종소리를 하나하나 채록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이 알란 파슨스의 시계 소리를 듣고 도입부에 쓰기로 한 것이다. 거대하며 절박한 시계의 합창 소리는 시간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그대는 젊고 인생은 길어. 오늘을 낭비할 시간도 있어. 그러다 어느 날 깨닫게 돼. 10년이 지나간 걸 말이야 (You are young and life is long and there is time to kill today. And then one day you find ten years have got behind you)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이라면 허비는 하지 말자. 생각보다 시간은 없으니까


숨은 가빠지고 죽음에 하루 더 가까워지지(Shorter of breath and one day closer to death)
매년 시간은 짧아지는 것 같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이 없는 것만 같아(Every year is getting shorter never seem to find th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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