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곁에서 눈 감는 건 최고의 죽음이야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by 조작가
썸머 : 스미스죠?
톰 : 네
썸머 : 그 노래 좋아해요
톰 : (헤드폰을 벗으며) 네?
썸머 : 스미스 노래 좋다고요. 취향이 비슷한데요
톰 : 진짜요?
썸머 : 네
썸머 : (헤드폰에서 흘러나온 노래의 가사를 따라 부른다) '당신 곁에서 눈 감는 건 최고의 죽음이야' 너무 좋아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톰 : 맙소사!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운명 같은 사랑을 믿는 톰과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장 비서 썸머가 어느 날 회사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면서 나눈 대화다.


썸머가 톰의 헤드폰을 통해 들은 음악은 더스미스(The Smiths)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이다. 썸머가 따라 부르면서 좋다고 한 대목은 'To die by your side Is such a heavenly way to die' 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죽는 게 최고의 행복이라고 해석할수 있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말이다.


당신 곁에서 죽는 건 그건 정말 황홀한 죽음일 거야(To die by your side Is such a heavenly way to die)
당신 곁에서 죽는 건 나의 기쁨이자 특권이야(To die by your side Well the pleasure The privilege is mine)


'당신 곁에서 죽고 싶어'라든가 '우리 이대로 어디 멀리 도망갈까'라는 말 한 번쯤은 해봤거나 들어봤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이대로 달려볼까?" 정도는 해보지 않았을까? 그건 가사에서처럼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기쁨이자 특권 같은 것이다. 만약 이런 말을 한 번도 못해봤거나 들어보지 못했다면 낭만적인 사랑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당신 곁에서 죽고 싶다는 말은 정말 죽겠다는 게 아니라 당신을 그만큼 사랑한다는 말이다. 이건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과 별을 따주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같은 사랑의 표현이지만 달과 별을 따주겠다는 건 뭐든지 해주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고 곁에서 죽고 싶다고 한 것은 험난한 사랑과 자신의 암담한 현실이 투영된 것이고 그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맡기겠다는 의미다.


2층 버스가 우리와 충돌해서(And if a double decker bus Crashes into us)
10톤 트럭이 우리 둘 다 죽인다면(And if a ten ton truck Kills the both of us)


가사엔 이런 끔찍한 표현이 등장한다. 함께 생을 마감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하필 더블데커 버스(영국의 2층 버스)나 10톤 트럭과 충돌하는 방법을 얘기하고 있다. 조금 더 낭만적인 방법, 이를테면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이나 바다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노래에선 도심 한가운데에서의 죽음을 말하고 있다. 그만큼 답답한 현실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부분을 들으면 휴가 마치고 군부대 복귀할 때 '저 버스와 부딪쳤으면 좋겠다'라거나 '자동차가 내 발을 밟고 지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것이 오버랩된다. 여태까지 휴가 복귀하는 차에서만큼 더 참담했던 것을 경험하진 못했다.


난 절대 집에 가고 싶지 않아. 왜냐면 내 곁엔 아무도 없거든(I never never want to go home. Because I haven't got one anymore)


화자는 무척이나 외롭고 참혹해 보인다. 그래서 사랑을 그 도피처로 삼았는지도 모르겠다.


절대 꺼지지 않는 빛이 있는 곳이야(There is a light and it never goes out)


'꺼지지 않는 불빛이 있는 곳'. 그곳은 어디일까? 밤새 쏟아지는 도시의 불빛이라면 그 빛은 현실도피를 의미할 것이다. 또는 삶의 희망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자살이나 지독한 사랑일 수도 있다. 그건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썸머처럼 스미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친구가 될 수 있을것 같다. 난 썸머처럼 운명적 사랑보다는 취향이 통하는 사람이 더 좋다.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은 더스미스의 3번째 앨범 <The Queen Is Daed>(86)에 수록된 곡으로 92년에 싱글 커트됐다. 더스미스의 여느 음악처럼 곡은 신나지만 가사는 우울하다. 특히 가장 우울한 Chorus 부분은 스트링과 플루트 연주가 삽입되어 더 처량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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