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우린 어떤 마음이었을까?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by 조작가
그땐 난 어떤 마음이었길래
내 모든 걸 주고도 웃을 수 있었나
그대는 또 어떤 마음이었길래
그 모든 걸 갖고도 돌아서 버렸나


잔나비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의 첫 가사다. 듣는 순간에 심금을 울리는 가사다. 그때의 나와 그때의 그대의 마음을 단 네 줄로 표현했다. 그때의 나는 내 모든 걸 줬었고 그때의 그대는 내 모든 걸 받았었다. 내 모든 걸 주고서도 행복해했었다. 하지만 내 모든 걸 갖은 그대는 돌아서 버렸다.


인생에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하지만 이런 경험은 대체로 첫사랑일 확률이 높다. 첫사랑이기 때문에 내 모든 걸 줄 수 있었던 거고 그걸로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사랑, 세 번째 사랑부터는 앞뒤 안 가리고 모든 걸 주기 힘들다. 상대방의 태도를 보고 얼마나 줄지가 결정된다. 그대도 나만큼 줘야 나도 줄 수 있는 게 사랑이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 품 없지만
또다시 찾아오는 누군갈 위해서 남겨두겠소


내 모든 걸 갖고도 돌아서 버렸으니 원망스러울 수 있다. 혼자 남겨진 자신이 볼 품 없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사랑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사랑하는 동안 얼마나 사랑했느냐가 문제이지 결혼과 같은 사랑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은 또 다시 찾아온다. 아무리 내 모든 걸 줬다 해도 사랑은 고갈되지 않기 때문이다. 바캉스가 끝난 해수욕장은 볼품없지만 그건 바캉스가 끝난 직후의 얘기다. 가을이 되면 가을대로, 겨울이 되면 또 겨울의 멋이 있다.


그리운 그 마음 그대로 영원히 담아둘 거야
언젠가 불어오는 바람에 남몰래 날려보겠소


언젠가 보낼 수 있다 생각하며 가슴 한 켠에 묻어뒀지만 끝내 날려 보내지 못하는 게 첫사랑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양한 표정의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