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유시민, 강원국 세 사람 모두 글을 잘 쓴다. 유홍준의 글은 전문적이고 유익하다. 그뿐만 아니라 글의 리듬이 있고 재밌다. 그리고 무엇보다 쉽다. 글을 쉽게 쓰려면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독자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능력이 있는 분이다. 유시민의 글은 논리적이어서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있다. 그는 말의 논리성을 글로 잘 표현하는 작가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 담당관으로 있었던 강원국도 훌륭한 글을 많이 썼다.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그는 훌륭한 사람은 글을 잘 쓴다, 자기 생각을 글로 담지 못한 사람은 훌륭하지 않다. 특히 리더가 될 수 없다. 단어 하나로 고심을 거듭한 것은 단어 하나가 말하고자 하는 바,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할 수 있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글 쓰기에 대한 세 사람의 글과 강의가 있어 정리해 봤다.
1. 유시민의 글쓰기(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중)
글에는 재능이 중요한 장르가 있고 덜 중요한 장르가 있다. 재능이 중요한 장르는 문학적인 글이고 재능이 덜 중요한 글은 논리적인 글이다. 문학 글쓰기는 재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무언가를 지어내는 상상력, 남들과는 다른 감수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논리적인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신문 기사와 칼럼, 연구 논문, 보고서 같은 글은 어느 정도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 쓰면 된다.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은 잘 썼다고 평가받는다.
논리적인 글을 잘 쓰기 위한 3가지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주장은 논증할 수 있지만 취향은 논증할 수가 없다. '난 피어싱이 싫어'처럼 단순한 취향 고백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타인의 행위에 대해 무언가를 주장하려면 그 주장의 타당성을 논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아야 한다.
2)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어떤 주장을 할 때는 반드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옳은 주장이라는 것을 논증해야 한다.
'감독과 선수들 모두 반드시 승리해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드높여 줄 것으로 확신한다'
월드컵 성적과 민족의 우수성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 논리적인 글을 쓰려면 사실과 자신의 주장을 구별하고, 논증 없는 주장을 배척해야 한다. 주장의 타당성이 확보되었을 때 상대방을 설득할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3)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아메리카노 관련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아메리카노를 비서가 항상 사 온다는 것입니다. 왜 비서실장이 아메리카노를 사 옵니까? 아메리카노를 먹어야 회의를 할 수 있는 이분이 노동자 민중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 의아합니다.'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것은 논점 일탈의 오류를 저지른 것이다. 한 문장 때문에 글 전체가 틀어지기도 한다. 논리적인 글이 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2. 강원국의 글쓰기(세바시 강연)
마음을 움직이는 글, 뇌를 움직이게 하는 글은 뭔가?
1) 구체적일 때 움직이다
예쁘다고 하면 예쁜지 모른다. 코와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예쁜지 이해한다. 오감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묘사를 잘 해야 한다. 성실하게, 창의적이게 보이려면 성실, 창의를 말하지 말고 묘사를 잘 해야 한다. 안토 체홉은 '달빛이 얼마나 밝은지 말하지 말라, 차라리 깨진 유리조각에 비친 달을 보여 달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추상적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 하루키는 차를 차라고 하지 않고 차의 구체적인 모델명을 제시했다. 꽃도 꽃의 이름을 제시했고, 총도 총이라 하지 구체적인 총의 사양을 얘기했다.
2) 공감 가는 글에 움직인다
공감 가는 글은 감정이입과 역지사지가 돼야 한다. 예를 들어 내 입장, 내 처지를 알고 있다고 느끼면 공감이 간다. 독자의 마음, 심정, 입장과 처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독자를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글을 써야 한다. '대통령의 글'을 쓸 때 30대 여성 직장인을 염두에 두고 썼다. '됐고요 결론이 뭐예요', '이게 뭐예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이건 결국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신영복 선생은 머리로 쓰지 말고 가슴으로 쓰고 가슴으로 쓰지 말고 발로 쓰라고 말했다.
3) 납득이 될 때 움직이다.
납득이 되는 경우는 두 가지다. 설명이 잘 되어야 한다. 설명을 잘하려면 하나는 사실에 밝아야 한다. 개념적 사실, 뜻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법적 사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전달을 잘 해야 한다. 전달을 잘 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비유, 예시, 비교다.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을 이 세 가지를 통해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납득이 되게 하는 또 하나는 논리적이어야 한다. 원인과 결과가 맞아야 한다. 사실이 풍부해야 하고 비유, 비교, 예시를 통해 잘 전달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원인과 결과가 맞아야 한다.
4) 강요받지 않을 때 움직이다.
강요하면 반증을 찾게 된다. 사람은 들으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면서 자기주장을 찾게 된다. 글을 읽는 사람이 스스로 완성하게 해야 한다. 여운을 줘야 한다. 시시콜콜하게 설명하면 나를 뭘로 알고라고 생각한다. 헤밍웨이는 다 알려주지 않고 독자가 알아서 판단하도록 하게 하는 글쓰기를 했다. 이렇게 쓰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글의 군더더기를 최대한 빼야 한다. 다 아는 내용, 없어서 되는 걸 뺀다. 그래야 여운이 생긴다. 그래야 독자의 공간이 생기고 사유를 한다. 독자에게 질문하듯 써야 한다. 가르치는 듯이 쓰면 안 된다. 글의 완성은 독자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럼으로와 같은 접속사와 매우, 대단히, 진짜와 같은 정도 부사를 다 빼도 된다.
5) 우리 뇌는 이익이 될 때 움직인다
홍보 글은 제품의 특징, 이익에 대한 글이다. 이익과 혜택을 강조하는 것이다. 글 자체가 이익과 혜택이 되는 거. 내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거나,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거나, 재미있거나. 뭔가를 주는 글을 써야 한다. 도대체 내 글이 뭐를 주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것도 안 주는 글은 쓰지 말아야 한다. 독자를 위한 간절한 마음, 독자가 내 글을 보고 변화가 있고 행복하고 나아지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좋은 글이 나온다.
6) 이야기에 움직인다.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를 활용해야 한다. 자기 이야기가 좋고, 우화, 신화, 영화, 사례가 모두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해주면 된다. 반전과 의외성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뻔한 이야기는 이야기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7) 정확한 것에 움직인다
문맥에 맞는 어휘를 딱 맞게 써야 움직인다. 그 자리에 맞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 비문을 쓰지 말자. 그리고 세 번째, 자기가 쓴 글을 소리 내서 읽어보라
마무리
위의 7가지는 스킬에 불과하다. 잘 살아야 잘 쓴다. 글은 그 사람 자체다. 좋은 글을 쓰려면 내가 잘 살아야 한다. 사람을 보고 글을 판단하기 때문에 글을 잘 쓸려면 잘 살아야 한다. 그래서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기가 어렵다.
3. 유홍준의 글쓰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출간 20주년을 기념하는 강연(2013년 5월 15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유홍준의 글 잘 쓰는 비법 15가지를 소개했다. 15가지 모두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내가 글을 쓰면서 지키려고 했던 것도 있고, 나도 모르게 놓치는 것도 있다.
1) 주제를 장악하라. 제목만으로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 때 좋은 글이 된다.
2) 내용은 충실하고 정보는 정확해야 한다. 글의 생명은 담긴 내용에 있다.
3)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들어가는 말과 나오는 말이 문장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4) 글 길이에 따라 호흡이 달라야 한다. 문장이 짧으면 튀고, 길면 못 쓴다.
5) 잠정적 독자를 상정하고 써라. 내 글을 읽을 독자는 누구일까, 머리에 떠올리고 써야 한다.
6) 본격적인 글쓰기와 매수를 맞춰라. 미리 말로 리허설을 해 보고, 쓰기 시작하면 한 호흡으로 앉은 자리서 끝내라.
7) 문법에 따르되 구어체도 놓치지 마라. 당대의 입말을 구사해 글맛을 살리면서 품위를 잃지 않는다.
8) 행간을 읽게 하는 묘미를 잊지 마라. 문장 속에 은유와 상징이 함축될 때 독자들이 사색하며 읽게 된다.
9) 독자의 생리를 좇아야 하니, 가르치려 들지 말고 호소하라. 독자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10) 글쓰기 훈련에 독서 이상의 방법이 없다. 좋은 글, 배우고 싶은 글을 만나면 옮겨 써 보라.
11) 절대 피해야 할 금기사항. 멋 부리고 치장한 글, 상투적인 말투, 접속사.
12) 완성된 원고는 독자 입장에서 읽으면서 윤문하라. 리듬을 타면서 마지막 손질을 한다.
13) 자기 글을 남에게 읽혀라. 객관적 검증과 비판 뒤 다시 읽고 새로 쓰는 것이 낫다.
14) 대중성과 전문성을 조화시켜라. 전문성이 떨어지면 내용이 가벼워지고 글의 격이 낮아진다.
15) 연령의 리듬과 문장이란 게 있다. 필자의 나이는 문장에 묻어 나오니 맑고 신선한 젊은이의 글, 치밀하고 분석적인 중년의 글을 즐기자.
잘 쓴 글을 읽으면 즐겁다. 좋은 글은 그의 마음이 보인다. 그의 삶이 생생하게 보여, 글을 읽고 있으면 그의 삶이 내 삶에 들어오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