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인생과 닮았다.
한번 악수를 두게 되면 계속해서 악수를 두게 된다. 인생도 그렇다. 한번 꼬이면 계속 꼬이고 만다. 스포츠에서도 실점한 뒤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공격에 치중하다보면 더 실점하곤 한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언니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몇 번 집을 사려고 했지만 집값이 떨어진다는 확신이 들어 집을 사지 않았단다. 사실 너무 올라 웬만한 지식인들은 집을 사지 않았다. 하지만 웬만큼 오른 집값이 몇 년 사이에 두 배 이상이 올랐다. 한 순간에 벼락거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럴 때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첫 번째,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 기다리거나 혹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포기하거나다. 두 번째,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애쓰는 거다. 언니네는 후자를 선택했다. 부동산은 이미 늦었고 그래서 유일한 기회라 생각한 코인에 투자했다. 최근 코인이 급락하게 되면서 언니네는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악수가 악수를 불러온 것이다.
기회는 3번 온다고 말한다. 아무리 잘못 둔 바둑도 기회는 3번 찾아온다. 상대가 실수할 수도 있고 내가 상대의 약점을 찾아서 반전을 노릴 수도 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리그전이라면 일방적으로 어이없이 깨지기만 하는 경기는 거의 없다. 일방적으로 지더라도 상대가 방심을 하든지 작은 실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인생에서도 3번의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아직 나에겐 몇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해야한다. 그리고 기회가 올때 그 기회를 확 낚아채 잡아야한다.
바둑이나 스포츠 경기나 일이나 승패는 거의 실수에서 나온다. 결국 실수를 누가 안 하느냐의 싸움이다. 호흡이 긴 승부일수록 실수할 확률이 그만큼 크다.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수가 좋아야 하지만, 지려면 단 한 수의 실수로 진다. 우리가 끊임없이 연습하고 긴장하는 이유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모든 게 마인드의 문제다. 강수를 만나면 왠지 쫄고 약자를 만나면 이유없이 자신감이 생긴다. 그래서 바둑 격언에 반전무인(盤前無人)이라는 말이 있다. 바둑판 앞에서 상대가 없는 것처럼 해라라는 뜻이다. 하지만 상대가 있는 게임에서 상대가 없는 것처럼 하기란 쉽지 않다. 상대가 이상한 수를 둬도, 꼼수를 둬도, 묘수를 둬도 자기 것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 반전무인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러서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경지에 오르긴 쉽지 않더라도 노력은 필요하다.
연승과 연패가 반복된다. 확률로 계산하면 계속해서 지거나 이길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런데 이 희박한 확률이 생각보다 쉽게 일어난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연승 연패가 쉽게 일어난다는 의미다. 연승보다 연패가 잦다. 왜냐하면 한번 지고 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흥분하기 때문이다. 마인드 게임에서는 흥분하면 지기 쉽다. 연패를 하게 되면 멈추기 어렵다. 도박에서 돈을 따면 그만둘 수 있지만 돈을 잃게 되면 그만두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것과 같다. 이기는 기쁨보다는 지는 슬픔이 더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게임과 일도 그렇듯이 바둑도 마찬가지고 밸런스가 중요하다. 물론 실리를 중시하는 실리형과 세력을 중시하는 세력형이 있지만 실리와 세력의 균형을 이룰 때 승리 확률이 높다. 수비와 공격도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수비형이 있고 공격형이 있지만 수비와 공격이 밸런스가 맞을 때 승리 확률이 높다. 야구와 축구를 생각해보면 최고의 팀은 수비와 공격의 균형이 맞는 팀이다. 투수 방어율이 1위이지만 팀타율이 꼴찌인 팀보다는 투수 방어율이 중간, 팀타율도 중간인 팀이 더 유리하다. 한 과목을 잘하고 한 과목을 못하는 것보다 두 과목 모두 어느 정도 하는 게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것과 같다. 바둑은 숲과 나무를 동시에 봐야 한다. 숲도 보면서 나무도 보고 나무를 보면서 숲도 보기가 만만치 않다. 하나에 몰두하면 전체를 못 본다. 전체를 보려고 하면 작은 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일에 있어서 디테일과 방향성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일을 진행하는 것과 같다. 대개 사원급은 디테일만 보고 리더는 방향성만 보기 쉽다. 중간 관리자들이 이 두 가지를 모두 보아야 하는데, 이 두 가지를 어중간하게 보는 경우도 많다. 두 가지 모두 잘하기란 매우 힘들다.
바둑은 반드시 복기의 시간을 갖는다. 바둑 실력을 늘리는 데 복기가 가장 중요하다. 복기는 대국이 끝나면 바로 이뤄진다. 스포츠 경기 중에 조금 전까지 치열하게 승패를 다툰 승자와 패자가 마치 친구나 동료처럼 그들의 대국을 복기하는 경기는 없다. 승자와 패자라는 것을 떠나 학생의 입장이 된다. 심지어 흑백을 바꿔서 둬본다. 이기고 지는 결과보다는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승자도 열심히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특히 패자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 절대 패자보다 먼저 복기를 끝내지 않는다. 삶도 이렇게 복기를 해야 한다. 하루를 살고 하루의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뒤돌아 봐야 한다. 바둑은 상대가 있어 이것이 가능한데 삶에서는 나와 함께 복기를 해줄 멘토나 스승을 찾기가 힘들다. 스스로 복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몸과 마음이 좋을 때, 그리고 마인드를 편안하게 할 때 경기의 질이 높아진다. 모든 일이 그런 거 같다. 결국 마음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