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걷는다. 무표정한 얼굴에 말도 없이 그냥 서둘러 움직이고만 있다. 오직 그들이 걸으면서 내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그들은 대화가 없지만 발소리를 통해서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신발과 신발 주인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난다. 하이힐을 신은 젊은 여자에게서는 '또각또각'하는 명쾌하고 똑 부러지는 소프라노 소리가 나고 40대의 배 나온 남자에게서는 '뚜벅뚜벅'거리는 테너나 알토 색소폰 같은 소리가 난다. 젊은 사람들은 걸음이 빨라 '따따따다'하는 소리가 나고 뛰어다니는 사람들에게서는 '파파파파'거리는 소리가 난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걸음이 느려 '사박사박'하며 조심스러운 소리를 낸다.
높은 소리가 있는가 하면 낮은 소리가 있고 빠른 박자의 소리가 있는가 반면 느린 박자의 소리도 있다. 누구는 두꺼운 소리의 질감을 내기도 하고 누구는 얇은 소리의 질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뚜렷한 소리를 내지만 어떤 사람은 둔탁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각자 내는 다양한 소리들은 하나로 합쳐지면서 오케스트라처럼 웅장한 음들을 만들어 낸다. 아침 출근길에 나선 사람들은 마치 하나의 연주를 위해 모인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작 보인들이 이 위대한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걸 모르고 정신없이 목적지로 향해 달려간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 선수들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