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때였다. 허리를 굽혀 뭔가를 하려던 순간 부지직하는 소리가 나면서 엉덩이 쪽이 푹하고 찢겼다. 찢기는 소리를 봐선 대형 사고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쪽은 이미 한번 찢어져서 수선했던 곳이다. 다시 찢어졌기 때문에 아무런 저항 없이 푹 찢져 나가 버린 것이다.
Y부장님이 예의 음료수를 마시러 나가자고 하신다. 아직까지 Y부장의 제안을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다. 그건 일종의 Y부장과 나와의 믿음이자 습관이기도 했다. 하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장님 제가 바지가 찢어져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습니다'라고 Y부장님에게 완곡히 설명했다. Y부장은 '도대체 얼마나 찢긴 거야?'라며 내 상황을 몹시 궁금해했다.
문제는 퇴근이다. 퇴근길에 온갖 사람들을 만날 텐데 그 사람들에게 내 속옷까지 보여줄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때 생각해낸 것이 신문이다. 신문을 반으로 접어 엉덩이에 살짝 걸치니 그런대로 가려졌다. 누군가 신문을 왜 그렇게 가리고 다녀요?라고 물을지 몰라 그에 맞는 답도 준비했다. 하지만 아무도 내게 왜 신문을 그렇게 엉덩이에 대고 다니는지 묻지 않았다.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는 마치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처럼 엉덩이를 가렸다. 짧은 치마를 입고 굳이 그렇게 불편하게 가리고 다니는 그녀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처지가 이러고 보니 그녀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찢어진 옷을 벗었다. 힘들다. 왠지 모르게 조금은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