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한 몸이었다. 같은 나무에서 자랐고 같은 크기와 모양, 무게를 가졌다. 우리는 같은 주인을 모셨고 같은 주인에게서 길들여졌다. 우린 한쪽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사이다.
주인을 만난 지 두 달이 됐다. 지지난 달에 만나 그와 동고동락을 하고 지난달에 인생의 절정을 맞이 했다. 사람들은 우리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우리가 만들어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주인과 함께 그 영광과 허무함을 맛본 우리는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리고 다시 일상이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한쪽이 병들고 말았다. 최고의 순간에 무리했던 탓이 크다. 상실감도 한몫했다. 우리는 목이 아프고 목을 쓸 수 없으면 버려진다. 희귀하게도 이번엔 몸통 전체가 아프다. 온몸으로 금속에 부딪쳤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번 주를 넘지기 못할 거 같다.
우리의 일생은 보통 한두 달이다. 주인에 따라 더 오래 살기도 하지만 주인이 열정이 넘치면 때론 한 달 안에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게으른 주인을 만나면 세 달까지 버틸 수 있다. 그것도 운이 좋아야 한다.
같은 나무에서 태어나 같은 주인을 만나 같은 운명으로 살아가지만, 우리 중 하나가 먼저 아프기 시작한다. 목이나 몸에 균형이 가기 시작하면 일주일을 넘기기 힘들다. 주인도 병든 녀석을 빨리 교체하고 싶어 더 열심히 닦달거린다. 그러다 어느 날 병든 쪽이 부러지고 나면 주인은 쓰레기통에 두 동강을 내서 버리고는 남은 한쪽을 다른 녀석과 짝지어준다. 하지만 남은 한쪽도 그렇게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남은 한쪽은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으로써 완전히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것이 드럼 스틱의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