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피렌체(Firenze)에 가보는 것이다. 피렌체에 가고 싶은 이유는 이곳이 르네상스 문화의 발상지인 역사적인 도시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메디치 가문 후원 아래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로 번영한 피렌체는 그림에 문외한인 나도 알고 있는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보티첼리, 도나텔로가 활동했던 곳이다. 이들의 작품을 우피치 미술관에서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르네상스 미술품을 소장한 미술관인 우피치 미술관 이외에도 피렌체의 상징인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인 두오모 대성당, 14세기 궁전인 베키오 궁전, 아르노 강 위에 베키오 다리, 피렌체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일몰이 환상적인 미켈란젤로 광장도 있는 곳으로 여행자를 설레게 하는 곳이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볼거리가 많은 것 말고도 피렌체에 가고 싶은 이유는 이곳이 E. M.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E. M.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 중에 하나이고 소설을 영화화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모리스 남아있는 나날, 하워즈 엔드, 인도에서 생긴 일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다)의 1984년 작 '전망 좋은 방'도 감동 깊게 본 영화다. 소설과 영화에서 피렌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피렌체에 간다면 E.M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을 다시 한번 읽고,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전망 좋은 방'도 다시 한번 볼 생각이다. 소설과 영화는 맛집과 인스타그램용 사진 찍기 좋은 곳이 안내되어 있는 '피렌치 관광안내서'나 '피렌치 여행 리뷰' 보다는 피렌체의 진정한 맛을 즐길 수 있게 안내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과 영화가 주는 또 다른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과 영화에서처럼 전망 좋은 방을 양보하는 조지와 같은 사람을 우연히 만날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상상도 갖게 한다. 여행의 묘미는 우연한 만남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음악도 빠질 수가 없다. 피렌체는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의 배경이 되는 도시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전망 좋은 방'에서도 푸치니의 오페라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가 OST로 삽입되어 있어 그 낭만적인 느낌을 더해 준다.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들으면 두 연인의 사랑이 느껴질 만큼 아름답다. 가사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지 못하면 죽어버리겠다는 하는 내용으로 낭만적이다.
가사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저는 그를 너무나도 사랑해요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우리는 함께 포르타 로사로 가서 반지를 사고 싶어요
예, 저는 가고 싶어요
만약 제가 그를 잃는다면
베키오 다리로 달려가겠어요
달려가서 아르노 강에 몸을 던지겠어요
내 이 괴로움을, 이 고통을
오, 신이시여 저는 죽고 싶어요
아버지, 저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루시는 조지와 이탈리아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 그에게 전망 좋은 방은 양보받고 피렌체를 여행하면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사랑을 반대하던 분위기 속에 영국으로 돌아가 격식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결혼하기 직전에 루시는 그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가 조지를 만난다는 이야기다. 피렌체에서의 낭만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노래로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만큼 좋은 노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노래의 배경은 그렇게 낭만적이거나 순수하지 못하다.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서 라우레타가 부른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는 사실 매우 세속적인 노래다. 부오소의 친척들은 그가 모든 재산을 수도원에 기증한다는 유언장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리누치오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라우레타는 결혼 자금이 필요한 상황. 아직 부오소의 죽음이 알려지지 않은 틈을 타서, 친척들과 라우레타의 아버지 잔니 스키키는 사기극을 계획하게 된다. 잔니 스키키가 부오소로 변장해 친척들과 딸에게 유산을 상속한다는 새로운 유언을 하기로 모의한 것이다. 그런데 잔니 스키키가 위험성을 깨닫고 참여를 거부하자, 딸 라우레타가 나서서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부르며 아버지를 설득한다. 결국 이 아리아는 결혼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니 사기극에 참여해 달라는 매우 통속적인 내용인 셈이다.
아리아의 배경이 어쨌건 곡과 가사는 참 낭만적이고, 그래서 소설과 영화 '전망 좋은 방'에 잘 어울린다. 피렌체에 가면 꼭 들어야 하는 아리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