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몇 장 챙겨 들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순순히 물러서지 않는 여름날의 열기에 상의를 벗고 팔을 접어 올렸다. 꾸벅꾸벅 졸다 보니 어느새 광화문이다.
택시 영수증을 챙겨 들고 나오는 순간 봉투에 담긴 서류가 와락 쏟아졌다. 잽싸게 몸을 날린 덕분에 서류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나의 순발력에 감탄한 순간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온 한 무리의 직장인들이 나의 어정쩡한 자세를 보고 있다. 그 순간 시간이 정지한 듯했다. 약간의 쪽팔림은 있었지만 그래도 귀중한 서류를 잃어버리진 않았다.
그런데 다 잡은 줄로만 알았던 서류 중에 2장이 바람을 타고 슝 날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두 다리와 두 팔은 길바닥에 쏟아진 서류를 붙잡고 있었고 본진에서 이탈한 2장의 서류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고 있었다. 예의 있어 보이는 키 167의 젊은 여자가 환하게 웃어주면서 이렇게 말을 하는 게 보통인데...
"여기 있어요"
그리고 나와의 짧은 시선 교환.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같지 않다. 무심한 광화문의 직장인들은 서류 한 장 집어줄 여유조차 없는지 자기 길만 간다.
바람이 슝 하고 불어왔고 난 두 팔과 두 다리로 나머지 서류를 끝까지 지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