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하는 사람

by 조작가

많은 사람을 인터뷰해봤지만 가장 어려운 인터뷰이는 말 못 하는 사람이다. A대표는 이번이 네 번째 만난다. 그를 만나기가 두려워질 정도다. 인터뷰한 것으로 글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문제가 있나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은 낮다. 여태까지 수 백 명의 인터뷰이를 만났고 중학생 수준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쉽게 글을 작성했을 뿐만 아니라 인터뷰이로부터 잘 정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수차례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해가 낮은 분야라서 그럴까? 그럴 가능성도 낮다. 그가 속한 산업은 바이오처럼 난이도 높은 산업도 아니다.


무슨 말을 하는데 아무리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날까? A의 발표를 함께 들은 후배는 A가 시제 선택을 혼동하는 말 습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시제와 미래 시제를 혼동해서 쓴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일을 했다는 건지 할 것이라는 건지를 헷갈리게 말한다는 것이다. 이미 했다는 것은 팩트이고 앞으로 할 것이라는 것은 기대이기 때문에 전혀 다르다. 인칭도 헷갈리게 쓴다. 술어의 주어가 나인지 그인지가 헷갈리면 사실 문장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말이든 글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무엇을 했다이다. A는 "그것은 그렇게 하면 그럴 수 있습니다"라고 지시대명사도 많이 쓴다. 전후 관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면 한 번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지만 이것을 계속 반복해서 사용하면 무슨 말인지 점점 미궁에 빠지고 만다.


B도 있다. 그는 질문에 항상 다른 답을 내놓는 희한한 언어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건 언제 합니까?라고 질문하면 그건 어디서 해요라고 답하거나 아예 동문서답식으로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한두 번 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다른 답을 내놓으면 대화는 허공에 둥둥 뜨고 만다. 대화를 왜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기면 대화는 중단되고 만다.


세상에서 가장 말귀를 잘 알아듣고 제일 잘 정리하는 기자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A와 B는 모두 고학력자다. A는 유학파고 B는 박사다. 그러니까 말 잘하고 못하고는 학력이나 학벌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얘기다.


반대로 내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읽지도 않고 덧글을 다는 것도 문제지만 내가 말한 의도와 정반대의 덧글을 다는 경우도 숱하다. 약간의 비유와 은유가 들어가면 정반대 해석을 하기 일쑤다. 문제는 반어법적인 표현을 쓸 때다. 그들은 소설 '운수 좋은 날'이 정말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글과 말에는 주제가 있다. 대화와 글은 주제가 핵심이고 주제로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제엔 관심 없고 소재에 집중한다. 자기가 아는 소재가 등장하면 대화와 글의 주제와 상관없이 소재를 포함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가겠다는 욕심과 자기도 이건 좀 안다라는 과시욕이 결합된 참사다. 물론 말과 글의 주제를 알고 이런 시도를 한다면 대화의 흥을 돋우는 농담일 수 있지만 대개 이런 사람들은 주제엔 관심이 없고 오직 자기가 아는 소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경우 대화는 이미 삼천포를 넘어 안드로메다로 빠져 버리고 만다.


그러나 저러나 이번 보고서는 망한 느낌이 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쇼핑은 어려워